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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겸 Apr 17. 2023

불안장애 치료기 230417

월요일이었나. 주말에 무척 힘들었고 (좋은 순간도 있었는데 몸이 특히 힘들었다) 혼란스러웠다. 시간의 흐름을 자꾸 놓치게 된다. 멍하다. 사실 오늘이 화요일인 줄 알았다.


어젯밤 생리를 시작해서 그런지 빈혈 같은 증상이 매우 심하다. 사실 불안장애 약 복용과 동시에 철분제와 유산균도 먹으려고 사뒀는데 3주차부터 전혀 먹지 않고 있다. 집중력도 흐트러지고 약도 안 챙겨 먹게 된다. 지금 11시인데 저녁 약도 아직 안 먹었다. 오늘 식사도 엉망진창으로 했다. (거의 간식으로 때움) 안 좋다... 


인데놀과 자나팜을 지금 4주째 먹고 있으니 이 약들이 효과가 더 안정화되고 있어야 할 게 아닌가? 의사는 약을 처음 먹을 때 효과가 딱 나니까 첫 약을 좋게 생각하는 거라고 했는데. 과연 나도 첫 주에 푸록틴캡슐 먹을 때 식사와 약도 잘 챙겨 먹고 산책도 하고 일과도 조금 수행하고 훨씬 좋았다. 치료 시작과 함께 마음도 힘을 내는 시기였어서 그랬을까? 그 뒤로 지쳤고?


수요일에 병원에 가면 식욕 과다, 그리고 생활습관 무너짐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내일은 상담 첫날이다. 상담사와 잘 맞길 기도한다.


십수 년 전 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던 시절, 교환학생인 여러 국적의 학생들이 외국인 기숙사에 모여 살았다. 일본인보다도 외국인들끼리 더 친해지는 환경이었다. 하여튼 외국 애들이 모두 중고 자전거를 구하거나 얻어서 같이 타고 다녔다. 약간 외진 곳에 있던 기숙사에서 술집이 모여 있던 시내 중심가까지 떼로 자전거를 타고 오갔다. 20여 명이 바닷가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적이 있다. 그때 엘리트 운동선수 출신인 친구가 나보고 왜 이렇게 느리냐면서 잠깐 내 자전거를 잡고 달린 적이 있었다. 그 순간 차를 탄 듯 자전거가 빨라지며 그 친구에게 딸려 갔다. 진짜 마치 멈춰 있던 자동차가 출발하듯이 몸이 뒤로 젖혀지며 머리카락까지 휘날렸다. 아아...? 무서워서 '내려달라?'라고 할 정도였다. 그 친구는 키가 198에 암벽등반을 하던 애였는데... 너는 이런 힘으로 살아가니? 하고 묻고 싶었다. 내가 그렇게 건장하고 체력이 강하다면 우울할 일이 없을 것 같아 '너도 침울할 때가 있어?' 라고 물었는데 갑자기 엄청 어두운 얼굴을 하며 '당연하지..........' 라고 대답해 놀랐었다. 그렇지 당연하지. 뭘 물어본 거야.


갑자기 그 친구가 생각나네. 그 친구가 내 자전거를 잡고 함께 달리던 순간이 너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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