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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겸 Apr 28. 2023

불안장애 치료기 230428

오늘은 정말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널려 있던 세탁물을 걷어 개고, 빨래를 너는 데에 오전 3시간을 보냈다. 일이 많기도 했지만 능률이 떨어졌다.


아침부터 졸렸는데 '누워서 잠깐 자자'라고 생각하면서 웹툰 보고 책 읽고 집안일 조금씩 하면서 결국 지금 밤 9시 반까지 쉬지 못했다.


점심에 또 많이 먹었고 오후에 극심하게 졸렸다. 많이 먹어서 졸린 걸까? 그래도 아침부터 많이 피곤하긴 하다. 약 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 모르겠다. 5월 1일 휴일인데 그날까지 있어 보고 안 되겠으면 그 다음날에 병원에 전화해서 상담해야겠다. 너무 졸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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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위험한 상태로 느껴진다. 지금까지 평생 자살 사고에 시달려 왔지만 막연히 '아 죽고 싶다 차라리 죽고 싶다' 였지, 실제로 어떻게 하고 싶은 신체적 충동을 느낀 적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자살 사고 자체는 줄었으나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가벼우면서도 실제적이고 신체적으로 든다.


그리고 대체적인 사고능력이나 기억력이 확 줄었다. 정신이 너무 희박하다. 8차선으로 나 있던 부정적 사고를 줄이면서, 대체로 부정적 사고로 흐르던 모든 사고가 줄어든 느낌. 긍정적인 또는 정상적인 사고는 1차선이나 그 이하 비포장도로 오솔길 정도 되어서 그쪽으로는 사고가 아직 잘 안 되는 느낌.


그리고 우울하거나 부정적이거나 마이너스적인 사고가 줄어들면서 약간 조증처럼 되면서 흥분도 쉽게 되고 뭔가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실행력이 생기면서 실제로 자살을 저지를 수 있는 상태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일찍 자려고 누웠다가 이 기록(불안장애 치료기)을 쓰려고 컴퓨터로 왔더니 남편이 '컴퓨터 쓰는 김에...' 하면서 공용 물품 구매와 결제를 부탁했다. 욕할뻔했다. 시발 나 환자라고 지금 죽고 싶다고 매일 죽고 싶다고요. 그냥 죽고 싶다 공인인증서 어쩌고 카드 번호 어쩌고 하느니 그냥 죽고 싶다.......... 아....... 기분이 정말 나빴다. 우리 둘 다 쓰는 거니까 당연히 내가 할 수도 있고 남편도 이런 거 하기 싫겠지 귀찮겠지. 근데 진짜 죽고 싶고 눈물이 났다. (결국 내가 하기는 했다.) 이럴 때 진짜 미친년답게 지랄을 할까? 소리 지르고? 그 편이 나을까? 지금까지 그렇게까지 액팅아웃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내가 놓지 못하는 이 최소한의 예의와 현실감각 등이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시발................. 죽고 싶을 정도라고 남편한테도 여러 번 말했는데 내가 다른 일상적 일들 최소한은 하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결제 정도 시켰다고 이런 생각까지 한다는 걸 알면 황당해하려나.)

남편은 내 불안장애의 치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깊은 정서적 이해는 포기하고 만났다. 어차피 타인 간에 깊은 정서적 이해는 깊은 오해를 동반한다는 생각이다. 내 말은, 사랑이나 이해가 불가능하다기보다는 나의 '치료'는 별개의 문제이고 그냥 의사와 상담사와 할 일이라는 말이다. 그래도 무던함으로 의지가 되기는 한다............


자살하지 말아야지... 결심했잖아. 죽을 확신도 없고 죽기에는 삶이라는 이 기회가 너무 희귀하고 소중하다고. 죽지 말자. 이런 생각도 하지 말자 시간이 아까워. 세상에 나쁜 일만큼이나 좋은 일도 많잖아. 너무 괴로워하지 말고 괴로움에 집중하지 말고 좋은 일을 보면서 살자. 너무 괴로워하지 말자 이제 그만 그러자... 슬프다. 지금 울면서 쓰고 있다.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더 좋을 수 있잖아.


119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하루에 1~2번은 들 정도다. 진짜 부를 생각이다. 의사도 부르라고 했고. 실제로 무슨 일을 저지르는 것으로부터 보호해 줄 거라고 했다. 입원도 권했는데 너무 일이 커지는 것 같고 불편할 것 같아서 고민 중이다. 일단 병원도 알아봐야 할 거고. 사실 입원해서 한 일주일 쉬면 좋을 것 같기도 한데 다인실일 거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기도 해서.


약을 먹어도 이정도라니 어쩌면 좋을까. 조금만 울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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