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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겸 May 05. 2023

불안장애 치료기 230504

응급실

책이 나왔다. 인스타에 소식을 올리고 무척 안도했다.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temId=316087143


오전에 웩슬러 검사. 5년 전에 했을 때랑 느낌이 무척 다르다. 특히 로르샤흐 검사. 5년 전에 답안을 외우려 애썼었는데도 기억 하나도 안 나고 생소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휙휙 하려고 했는데도 힘이 많이 들었다. 


점심 초밥 12,000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오후에 읽었다. 3,000원짜리 물건 당근 구매도 했다. 호흡이 잘 안 되고 가슴이 답답한 기분 계속되었으나 괜찮은 기분이었는데 밤 8시부터 심장쪽 짓누르듯 날카로운 통증이 30분 이상 계속됐다.

세수 양치하고 옷 갈아입고 아파트 정문으로 나가면서 119를 불렀다. 구급차 안에서 간단한 심전도 등의 검사를 하고 내가 아픈 히스토리를 간략히 말했다. (나이, 직업, 가족관계, 가족 이름과 연락처, 10년 전에도 호흡 곤란과 가슴 통증이 있었고 정신과 약을 먹었었고, 최근에는 작년 3월에 가정의학과에서 항불안제 3일 정도 타서 먹은 것, 최근 1달 정도 불안장애 약 먹은 것, 최근에 호흡곤란과 어지러움증이 심해지고 오늘은 가슴통증이 아주 길었던 것) ... 


구조사는 여러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환자 상태(내 상태)에 대해 말하고 거기서 치료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여러 응급실에 자리가 없어  도시 병원으로 실려왔다

구급차를 타고 나를 데리러 온 두 구조사 분이 내가 응급실에 들어갈 때까지 같이 기다려 주셔서(그게 원칙인 듯) 굉장히 미안했다. 나 때문에 시간 쓰고 다른 사람들이 구조되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분들은 'chest pain(가슴 통증)이라서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 응급실 관계자에게 여러 번 말했다. 

가슴통증은 퍼져나가 팔과 등이 흐리게 아팠다. 흉곽을 크게 부풀려야 숨이 시원하게 쉬어졌는데 그 때 가슴과 등이 아팠다. 대기하다가 9시경 입원. 응급실이라 바늘이 커서 아프다며 주사를 맞았는데 과연 정말 아팠다. 피검사 심전도 씨티까지 했으나 결과는 깨끗. 여러 의사들이 와서 이것저것 묻고 갔다. 

이도 저도 아니니 마지막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왔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우울 불안 등등에 대해 묻다가) 모든 게 나때문인다 이런 생각이 들고 그래요?

나: (참지 못하고 실실 웃으며) 나 때문이지 그럼 누구 때문이에요 ㅋㅋㅋㅋㅋ

남들은 자기 탓을 나보다 덜 하며 사는 건가?


어제 책이 나오고 이런 얘기를 하니까 긴장이 풀리며 근육이 아플 수 있다고 했다. 진통제를 맞으니 호흡하기가 한결 나아졌다. 다 플라시보 아니야? 정신적 문제라면... (?) 이라는 자괴감도 들었다. 다니던 병원 진료를 앞당겨 가라, 졸린 약을 먹는 것도.나을 수 있다, 적응될 수도 있다 등등.

약도 타고 나오니 새벽 2시 반.


손가락이 잘리고.의식을 잃거나 한 사람들 앞에서 정신문제의 신체화 증상은 꾀병같고 가벼워 보여 응급실 베드를 차지하기 부끄러운 느낌이 들고 말았다… 


호흡기내과, 심장내과 외래를 보라고 진료를 예약해주었다.


항불안제, 근육이완제 등을 처방받았다. 18만원 정도 나왔다. 기쁘고 후련하고 괜찮은 줄 알았는데 힘들었던 모양이다.


8시쯤부터 40분 정도 아팠고 9시쯤 실려가서... 새벽 2시경 병원에서 나와 아무도 없는 비에 젖은 밤거리를 걷는데 기분이 상쾌하달까 완전히 텅 빈 듯 체념된달까 탈탈 털렸달까... 뭔가 깨끗했는데 0에 가까운 것이었다.


집에 오니 새벽 3시 20분이다. 안 씻고 자고싶은데 내 몸에서 병원 냄새가 난다. 씻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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