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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겸 May 06. 2023

불안장애 치료기 230506

아침에 새로 나온 책 작가 증정본 20권이 배송와서 받았다. 예쁘고 너무 기뻤다. 새 책을 손에 쥐는 순간은 보람이랄까. 떨리고 뿌듯하고 초조하고.


책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친척 모임.. 빠지기 어려워 참석. 매우 정상적이고 쾌할한 척 역할 수행.


응급실에서 받은 약 덕인지 숨쉬기가 수월했는데

모임에서 '너는 뭐하고.지내냐' 이야기가 나와

친한 사람이 (어쩔 수 없이) 글 쓴다고 대답했고

그자리에서 내 책을 검색해보는 상황이.. 되었다.


자랑스레 여기며 어서들 사시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가슴통증이 시작되었다.

서울대 나와서 특별한 직업 없이 집에서 책 써… 너무 아깝다! 일 해 알았지? 하는 말도 들었다.


한정식 먹고 체했지만 체하기 평생이라서 웬만하면 잘 견딜 수 있다. 카페에서 녹차라떼도 마시고 집에 와서, 병원에서 가슴 답답한 증상 있을 때 먹으라고 준 약을 먹었다.


정신병자 다 됐네.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으…약, 약!' 해서 먹고... 내 병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하지만 수치스럽다. 응급실에서도 스스로 꾀병같고 자괴감 들었고, 오늘 책 얘기 나와 가슴통증이 시작된 것도 결국 '변변찮은 나의 경력과 처지가 부끄럽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실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사실이지 뭐..) 결과적으로 '부끄러운 줄 알면 우울증 걸리는 게 마땅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그래서 내 병이 부끄럽다. 슬프기도 하고.


마음의 병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타개해야만 나을 수 있는 병처럼 느껴지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고 만족스러운 소설을 써서 유명해지고 잘 팔리면 병이 나을 건가? 왠지 또 다른 신경증에 걸리지 싶은데


암울한 밤이네. 얼른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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