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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겸 May 12. 2023

불안장애 치료기 230512

밤새 목의 고름은 전날보다 훨씬 줄었다. 열도 나지 않았다. 약 최고!!라고 하기엔 속이 쓰리다.

위점막 보호제도 들어있는데 약이 독한 모양이다.


아침으로 남편이 만들어 놓은 브로콜리+닭가슴살+치즈 넣어 볶은 것 조금 먹음. 식생활에 신경 쓰는 가족이랑 사니 좋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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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통증으로 갔던 응급실에서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가보라고 한 것을 그냥 정신과 문제일 것 같아서 무시할까 했다. 하지만 이달 4일 응급실행 후 지금 12일까지 거의 매일 가슴통증이 있어서 오늘 심장내과에 왔다.


나:심장내과 진료 보려는데요

접수 직원:심장인가요? 신장?

나:어… 콩닥콩닥 심장…

직원:네 콩팥 신장이요~

나:아 아뇨 쿵쾅쿵쾅…

직원:네 마음 심 심장이요

나:네네

직원:응급실 손님이시구요 (기록이 있었던 듯)

나:네


심장내과간호사:드시는 약 없으시잖아요?

나:정신과 약…

간호사:우울증? 불안장애?

나:불안…

간호사:저도 먹어요!

나:인데놀이랑 자나팜…

간호사:나랑 똑같네? 어디, 개인병원?

나:네…


간호사분 말 행동 신속 명확 쾌활해 보였는데 약 드시고 계시다니.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병원 사람들 바빠 보여 나도 딱딱 말하고 싶은데 맘만 급해서  끝맺기가 어렵다. 필수정보만 겨우 대답

이 간호사분 환자들에겐 쾌활 친절하시더니 옆 간호사분이랑 업무 문제로 짧게 다투시며 무척 지친 한숨 내쉬는 모습을 봤다.


진료는 의외로 금방이었다.

심장내과 의사:나이가 젊으셔서 심장질환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씨티, 초음파 보시고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보시고 이상 없으시면 정신과에서 해결하실 문제일 겁니다.

나:이미 다니고 있는데 정신과…

의사:응급실에서 잡아주셨으니까 저는 일단 필요한 검사는 하는 거구요.


호흡기내과의사:(청진기 해본 후) 기관 문제는 없어 보이고요 일단 천식, 폐기능검사는 해보도록 하죠.


검사는 엄청 밀려서 5월 말에나 가능. 결과 보러는 6월에 와야 한다고.


왠지 응급실에서처럼 '결국은 정신과' 문제일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일단 가슴통증 심하고 숨도 잘 안 쉬어지는 데다가, 다른 문제가 아닌 걸 확실히 해 두고 정신과 치료에 집중하는 것도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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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맞는 고통 배고픔 등등에도 아 귀찮아 그냥 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데. 죽어도 좋겠을 정도로 이 작은 고통들이 그렇게 힘든가?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은 그렇게 의미 없고? 책 쓰고 내고 하느라 안달복달은 왜 했나. 책이 잘 되면 막 살맛 나고 그럴 걸까?


그리고 병원 오면 늘 의사 간호사 진짜 열심히 힘들게 일해 보여서 반성… 그리고 저 직업 갖느라고 진짜 열심히 노력했겠지 또 반성 숙연… 나는 뭐 했지(작업한다며 빈둥… 우울증으로 10, 20, 30대 대부분의 에너지를 콸콸 흘려보냈다 목표 잡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거 자체가 우울증 아 벗어나고 싶다 이제 제발)

하여튼 난 뭐 해서 돈 벌지… 뭐 열심히 하고 싶다.


쓰고 싶은 책 있는데 잘 안 되네 진행이.


샐러디에서 점심. 멤버십 가입했다 쿠폰 받으려고. 채소 먹으면 기분 좋고 내가 자주 가는 곳에 마침 있어서. 수프, 연어, 곡물(오트밀인 줄 알았는데 잡곡밥임) 다 별로. 기본 채소에 기본 단백질만 들어있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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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진료.

나: 응급실 등 너무 힘들었다. 졸려도 되니 약 좀 늘리고, 가슴통증이랑 호흡 어려울 때 먹을 약 주면 좋겠다. 응급실에서 받은 약 먹으니 도움 됐다.

의사: (내가 가져간 응급실 약 처방전 보고) 이완제 진통제인데 그냥 약을 바꾸는 게 좋겠다. 스타브론은 부작용이 굉장히 적은 약인데 졸리니 바꿔야 된다.

나: 졸려도 그냥 먹고 자면 안 되나. 적응되면 나아질 수도 있지 않나.

의사: 보통 나아지지 않는다. 졸리면 일상생활 안 돼서 더 우울해질 수 있다.


나: 주지화 경향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의사: 방어기제다. 감정을 감정으로 풀지 않고 이성적으로 정리하려는 거다.

나: 내가 그러는데 그게 객관적으로 되진 않아서 이상한 사고방식? 자기만의 주의 같은 게 생기는 것 같다.

의사: 주지화 방어기제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진 않을 거다. 보통은 안 그렇다.


나: 하이퍼그라피가 있는 증상인가?

의사: (용어가 생소한 듯)

나: 뭘 쓰려는 생각이 많이 들고 문장을 다듬으면서, 단어도 선택해 가면서 문장으로 생각하고, 그걸 적어두기 전까진 다른 일에 집중을 못 하고 꼭 적어야만 마음이 놓인다.

의사: 강박이다.


나: 어린 시절의 상처를 극복할 수는 있나? 그로 인해 내 성인기 전체가 악영향을 받고 경력 직업도

망친 것 같아 영향력을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의사: 상담자마다 다르게 답하겠지만, 현재 상황이 나아지면 이전의 기억과 감정도 좋게 바뀔 수도 있다. 힘든 시절이 지나면 웃으며 돌아보기도 하지 않나. 오늘, 현재만 생각하고 지금부터 바꾸고 나아지면 된다.

나: 지금까지 망해 있는데 어떻게 지금 나아지나…

의사: 물론 어렵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


나: 상담 선생님이 잘 맞는지 모르겠다. 내년에는 다니던 곳으로 다시 가려고 한다.

의사: 전에 다니던 곳은 오래 다녔나

나: (전에 얘기했는데..) 4년 다녔었다. 근데 내가 이사 가서 멀어졌다.

의사: 4년이나 다녔다고 했으면 거기로 가라고 했을 거다. 가까운 게 좋긴 하지만.


상담소 관련해선 좀 실망했지만 중요한 얘기를 물어볼 땐, 당연히 상대가 기억 못 할 수도 있다는 걸 유념하고 '4년 다닌 상담소가 있는데 이사로 멀어져서 고민'이라고 다시 정확히 설명하는 게 좋았겠다. 그리고 결국 선택도 책임도 내 몫이니 나도 더 잘 생각해봤어야 했고.

병원과 상담 둘 다 옆 도시로 오는 것은, 둘을 매번 같은 날로 잡는다 해도 꽤 힘들 것 같다. 그리고 기왕 새 상담소에 가니 새 상담 선생님과 잘해나가 봐야겠다. 상담은 11회기 남았다.


나: 세끼 챙겨 먹는다면서 간식도 먹고, 숨이 안 쉬어져서 운동도 안 했더니 1킬로 쪘다.

의사: 많이 힘들어도, 간식은 줄일 수 있으면 줄이고 세 끼는 꼭 챙겨 먹고, 가능하면 20분 30분이라도 걸어라.


혹시 못 갈 경우 대비 18일 치 약을 받았다.

다음 진료는 2 .

오늘 진료비 7천 정도. 약값 5400원. 

인데놀 10mg 1.5씩 2회

자나팜 0.25mg 0.5씩 2회

브린텔릭스 5mg 0.5씩 1회


집 근처 정신건강의학과에도 예약을 해두렸는데 빠른 진료가 7, 8월이라네. 그리고 초진 검사를 거듭하는 것도 부담이다.

여자 의사 선생님이 편한데 그냥 약 잘 쓰는 것만 생각해야 하나? 약 잘 쓰는지도 미리 알 수는 없잖아 다녀봐야 알지? 등등 복잡. 상담을 30분 정도 한다는 곳으로 다닐까? 쉽지 않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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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딸기 라떼를 먹고 잔디밭 산책을 조금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집에 와서 남편이 닭고기에 토마토스파게티, 토마토 반 개 줘서 먹었다. 감사하다. 남편은 나 없었으면 훨씬 건강하게 먹고 더 날씬했을 것 같다. 내가 맨날 몽쉘 이런 거 사다 두니 보이면 먹고 해서 남편 식생활에 방해되네. 


오늘은 진짜 일찍 좀 자보자! 어제도 11시쯤 잔 것 같다. 설거지하고, 씻고, 바로 자자!


내일은 빨래를 하고 병원에 가야 한다. (이비인후과)


건강해지자 과거는 바꿀 수도 없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자유로울 수도 있는 문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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