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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겸 Oct 16. 2023

불안장애 에피소드

내가 겪은 불안장애의 주 증상, 중에서 내 삶에 영향을 끼쳤던 작은 이야기들 


1 세미나

약속을 못 잡음 

상대방:다음 주 언제 만날까?

나:(다음 주에 살아 있을까? 이 사람은 다음 주에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다음 주에 살아있을지 어떻게 알지?) 음... 수요일? 7시? (5시에 죽을지도 모르지만)


2 영화관 

영화관 등에서 비상구를 늘 확인함. 사실 이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상한 행동으로 보이기 쉬움.

한 번은 의자, 짐 등이 적치되어 있어 비상구가 막혀 있던 적이 있었음. 

관련자에게 따질 자신도 힘도 없어 체했다고 거짓말하고 나와 버림. 

친구들만 죽을까 봐 두려워하며 영화관 근처 카페인가 길거리에서 불나는지 보면서 영화시간 내내 119 신고 대비하며 있었음. 연기가 피어오르면 이미 늦었으려나? 하면서


3 초밥

먹는 동안 죽을 수 있으니 맛있는 초밥부터 먹음. 

조개 초밥(가장 안 좋아하는 초밥) 먹을 때까지 살아있을까? 하며 식사를 시작. 시작은 연어 초밥.


4 식당

1층은 급발진 차량이 돌진해 들어올 위험이 있어서 패스

3층 이상은 화재 시 뛰어내리기 어려워서 패스

지하는 불이 나면 위험하니 패스

2층 식당을 주로 이용했음. 물론 가스 폭발이나 강도 등의 위험을 늘 생각하며 밥을 먹음.

내가 여기서 먹자고 해서 친구랑 나랑 또는 친구만 죽으면 어떡하지. (내가 죽는 게 제일 나음)


5 사람

죽으면 어떡하지!

이게 마지막 만남이면 어떡하지!

죄책감 남을 가능성이 두려워서 (좋은 기억만 남으리라는 상상은 가능치도 않음) 갑자기 미안하다고 사과하거나 울며불며 이전 이야기들을 꺼냄



이런 내 곁에 남아 준 친구들... (몇 안 되지만) 정말 고맙잖아?

정말 몇 안 되긴 한다...

앞으로 잘하자. 


내가 놓친 그 많은 기회들... 에도 불구하고 지금 살아있는 것... 의식주에 큰 곤란 없이 지내는 것...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잘하자. 지금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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