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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겸 Oct 18. 2023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6-13장

불안장애 치료기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리단, 반비, 2022


6장 경계선 인격장애라는 슬픔

7장 조현병:현을 조율하는 사람들


위 두 장에서는 별로 느껴지는 바가 없어서 읽고 넘어갔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환각 등은 훨씬 더 강렬한 자극일 것이다. 나는 겪어본 적 없다. 상상만 해도 몸이 무척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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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병이 낫지 않는 사람들


139쪽

정신이 망가진 사람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마지막까지 해치는 대상은 자기 자신이다. 특히 자기 자신의 육체다. 많은 정신병자들이 몸과 정신병을 분리하여 사고한다. 체력 저하, 체중 증감, 무기력증, 수면장애 같은 신체의 신호를 무시하고 자신이 분석한 정신병의 원인을 소거할 수 있으면 지금 봉착한 제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많은 이들이 하는 실수가 ... 약물 치료로 호전을 보이면 빨리 약을 끊고자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실수는 병을 치료할 기간을 이를테면 1~2년 정도로 잡고 그 안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만든 마지노선에 쫓기듯이 치료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섣불리 자의적으로 단약하게 되면 일이 힘들어진다. ... 다시 병원에 가게 되었을 때에 그들은 이미 이전에 먹었던 용량을 상회하는 약을 복용하게 되며, 이런 일들이 반복될수록 병은 점진적으로 자라난다는 사실이다. 


141쪽

의사가 당신이 정신과 약을 평생 먹어야 하고, 이 병은 죽을 때까지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말하면 실망감과 낭패감을 감추지 못한다. ... 더 이상 무엇을 좋아지게 하기 위해 치료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약을 복용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환경과 여건을 갖추는 데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 

그리고 마침내 이런 교착상태에 새로운 지평이 되어줄 신체 질환이 발발한다. 경증으로는 약물 부작용부터 근골격계 이상, 대사 질환, 각종 감염증, 피부 질환, 자가면역 질환, 심지어 탈모에 이르기까지 더는 몸이 이전 같지 않을 것이다. ...

이제껏 내 말을 잘 듣고, 내 편이라 여겨왔고, 함께 정신병과 맞서던 육체의 배반은 마치 누군가 나를 포기한 것처럼 느껴진다. 


145쪽

이 질병 관리 프로젝트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장기간 진료를 봐온 정신과, 내원이 용이한 가정의학과, 식습관 관리. ... 최대한 지금 상태를 유지하기, 지금 상태를 더욱 잘 파악하기를 최우선으로 두고 약물 치료를 병행해 나가야 한다. 


148쪽

희망적일 것. 당신이 자신의 모든 기회가 끝났다고 생각하더라도, 악화일로라도, 가능성이 없더라도 희망적일 것.

마지막으로 ... 당신을 위로하러 오는 사람들을 밀어내지 마시길 바란다. 고립을 두려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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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약물의 이해:기초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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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정신과 의사와 대화하는 법:치료 계획 수립

168-169쪽

진료실에 들어가서 약물에 관한 것을 우선으로 말하는 습관을 들여, 약물 조정이 진료의 핵심이 되도록 습관을 들이자. ...


의사에게 말해야 하는 내용은 크게 수면, 활동성 정도, 생산성 정도이다. 기분과 그 기분을 촉발한 사건, 정신증 여부, 자살 사고 여부, 의식주 및 일상이 유지되는 수준인지 여부를 말한다. 그 외 지금 처한 특별한 문제(이사, 퇴사, 이별, 죽음 등)를 이야기한다. ...


의사와 원활하게 대화하려 할수록 우리는 우리의 언어보다 비언어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의사의 직접적인 대답보다 바뀐 약물이 더 많은 화답을 내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약 반년에서 1년 정도 바짝 약물에 대해 눈을 세우면 대강 자신에게 어떤 약을 쓰는지, 그 약이 자신과 맞는지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약물 치료 면에서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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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우울증 회복을 위한 활동 지침 


171쪽

"바닥을 보며 걸어요. 사람을 마주 보지 않아요.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해요. 구석에 있으려 해요. 설레거나 들뜨지 않아요. ... 말을 잘 못하고, 반응이 느려요. 일을 미뤄요. 약속을 지키지 못해요. 연락을 기피해요. 식사를 대충 해결해요. 웃어도 부자연스러워요. 옷을 대충 입어요. 자주 피곤해해요. 눈을 마주치지 않아요. 기운이 없어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애매모호한 답변을 해요. 무언가 숨기는 듯한 태도를 보여요."

[중간에 '관성적인 행동(주위 사람을 모방하는 행동)만을 해요' 빼고 완전히 나다]


172쪽

우울증 환자는 냉혹한 현실 인식의 달인이다. 가장 엄격한 기준을 먼저 자신에게 적용한다. ... 길고 극심한 우울증을 겪어온 환자들은 최상을 상정하지 않는다. 그들의 기준점이 되어 마음을 차지하고 정신을 압도하는 것은 '최악'이다. 때문에 최악에서 살짝 벗어나거나 최악을 모면했을 때 만족을 느낀다. ... 고통스러운 상황(자해나 사고 등)에 너무 익숙해져서 고통을 느끼는 상태를 '편안한' 것으로 느끼기도 한다. 어떤 우울증 환자는 삶에서 불행, 갈등이나 파국이 발생해야 비로소 "살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우울이 너무나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에 무기력하고 침울한 것이 디폴트가 되고, 예측을 벗어나는 극적인 상황에 놓이면 그제야 분노와 증오를 겪으며, '뭔가 느껴진다=좋은 일이다'라는 순환을 학습하는 것이다. 결국 우울증 환자들은 좋은 일보다 나쁜 일에서, 기분의 상승보다 기분의 바닥에서 사금을 찾는 자들이 되고 만다. 신체적으로도 그들은 구부정하다. 바닥을 보며 걸으며, 구석에 인접할수록 편안함을 느낀다.


174쪽

소위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 상태에 돌입하면 아주 작은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작은 정보들에도 긴 생각의 꼬리표가 생겨난다. 이것의 문제는 이미 병에 노출되어 사고의 왜곡이 심한 이들에게 왜곡된 사고가 활보할 수 있는 운동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자기에게 쏟아지는 정보에 둔감과 민감을 동시에 발휘한다. 동시에 우울증은 사고를 편집증적으로 빼곡하게 구성시킨다. 우울증 환자는 조용하고 정동이 둔해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많은 생각과 의식으로 가득 차 있으며 때때로 이런 생각은 끝나지 않고 며칠이고 계속되곤 한다. ...이런 연속된 사고들을 끊을 강경한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 ... 일단 주변 환경에 집중해보자. 눈에 보이는 사물의 개수... 색상... 


당신은 자신의 병을 증명받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내릴 수도 있다. 혹은 정신병에 애정과 사랑을 느끼거나 헌신하기도 한다. 환자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병적인 우울이야말로 자신의 토대이자 전부 혹은 특기라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병증의 일환이다. 

[완전히 나 그 자체다 내가 쓴 줄 알았다...]


175쪽

절대로 많은 일을 한 번에 해결하려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만 하되 아주 느리게 넓겨가야 한다. ... 해당 능력의 영역에서 재활 프로그램을 시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능력'의 회복이 아니라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회로의 회복이다. 또 능력 저하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 또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176쪽

연속해서 움직이고 확실히 휴식해야 한다. 휴식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활동의 일환이다. 우울증 환자는 남들이 보기에는 항상 쉬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 '정말 쉬고 있는' 환자들은 적다. 불행한 생각이나 자기혐오, 무기력에 빠져 있는 것 자체가 사람을 깊이 피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들은 '나는 쉴 자격도 없어.'처럼 죄책감을 갖기 쉬운데, ... 휴식과 수면에 어떤 가치를 이입하지 말고 당당히 기계적으로 완수하라. 


177쪽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눕지 않기, 누워 있지 않기다. 이를 일석이조로 실행할 방법이 바로 외출이다. 


182쪽

우울증 환자는 몇 배로 노력하는 데에 어려움과 억울함을 느끼기 쉽다. 남들이 쉬는 걸 당신은 쉬어줘야 할 것이며, 남들이 먹는 걸 당신은 먹어줘야 할 것이고 남들이 잠드는 걸 당신은 잠들ㄹ려고 노력을 해야 이룰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타인과 비교하면 박탈감만 심해질 뿐이다. 링에 올라 싸우는 둘은 당신과 당신의 병이지 남들이 아니다. 타인과 겨루는 것은 기나긴 재활 실험 후의 일이다. 그러나 당신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어떤 시점에는 더 나빠질 수도 있고, 어떤 측면에서는 더욱 우수해질 수도 있다. 당신의 지금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변할 것이고 그리하여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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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양극성장애를 운영하기

184쪽 

양극성장애인들은 필연적으로 분열된 정체성을 갖는다. ... 하지만 본인은 조증일 때 지나친 과잉행동을 하는 자신도, 우울증일 때 자리보전하는 자신도 자기 자신이 아니라고, 진정한 자신과는 둘 다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들의 여집합으로 자신의 존재를 파악하고 정의한다. 보통의 양극성장애인들은 흔히 '경조증'이라고 말하는 정도의 언저리, 수치로 표현하면 110~120퍼센트 정도가 자기 자신의 본질과 가깝다고 생각한다. ...

[정말 그렇다. 기분 좋고 상쾌하게 하지만 적절한 수준에서 일을 해나가는 멋진 자신!]


186쪽

흔히 간과하는 것이, 좋은 일, 축하할 만한 일이라도 양극성장애 환자에게는 절댓값이 큰 감정적 사건, 이른바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정말 그렇다. 나는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엄청난 마음의 부하를 받는다.]


191쪽

신체야말로 양극성장애인의 병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가장 최전방이다. ... 조증의 과잉 상태일 때, 신체가 기이한 힘을 가지고 ... 식사와 끼니도 허술히 하는 상태로 매번 카페인이나 당분에만 의존해서 기력을 채울 ... 반대로 우울증일 때에는 신체의 무기력이 극심해 기운을 낼 수도 없고, 먹을 것을 챙겨 먹지도 못하며 ...

신체가 병증의 영향력 아래에서 작용하고 있으면 삽화가 오갈수록 신체가 작살나 결국 신체 질환이 발발해 병을 이중으로 얻을 공산이 크므로 삽화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신체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192쪽

'습관'이라면 좋고 나쁨을 가리지 말고 전부 끌어와야 한다. ... 이런 것들이 최후로 날뛰는 병과 맞선다. 습관은 사람에게 어떤 행동 패턴을 반복하게 하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를 반복하는 동안에는 최소한 다른 생각이나 잡념, 조증이 추동하는 여러 사고들이 영향을 주지 못한다. 


195쪽

양극성장애 2형의 경우 상황은 조금 다르다. 경조증은 지속 기간이 좀 더 짧고(4~5일 정도 지속되는 것을 경조증 삽화로 친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리거나 정신증적 양상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울증인 시기가 길고, 크게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경조증을 맛보는 양극성장애 2형 환자들은 자신의 경조증을 '선물'처럼 느끼곤 하며, 그 위험성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

대부분 양극성장애 2형인 경우 평균적으로 우울 기간이 긴 반면 경조증은 매우 짧고 드물게 찾아온다. 이해할 수 있는 불행한 일이지만, 그렇기에 많은 2형 환자들이 긴 우울을 겪으며 경조증만을 기다린다. ...

[내가 정확히 이렇다. 지금 이 4~5일 정도의 경조증 기간이고. 경조증의 활기와 실행력이 길게 유지되길 기대하며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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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취미:시간의 모방자 

202쪽 

이미 더는 생각만으로 현실을 바꿀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마음을 먹으면, 사고방식을 바꾸면 작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믿기도 한다. 이것은 대단한 함정으로, 한번 '우울은 사고방식의 문제'라는 늪에 빠져버리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홀로 집에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공상하고 있는 이들은 반드시 자신의 상태를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204쪽

혼자 할 수 있는 취미 중 근본은 바로 '휴식'이다. 조증인 사람은 탈진이 곧 휴식이고, 우울증인 사람은 휴식을 없는 시간 취급하거나, 또는 남들이 볼 때는 언제나 휴식 상태이지만 자신은 늘 스마트 기기를 통해 두뇌회전하면서 보내기에 쉬어도 쉰 것 같지 않다고 느낀다. ... 

긴장이 이완되고, 통증들이 완화되고 눈을 뜨면 머리가 맑은 그 기분, ... 그래도 어찌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되는 마음이 바로 제대로 휴식을 취한 후의 상태라 볼 수 있겠다. 


207쪽

정신병이 있는 이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반경을 넓히는 노력을 아낌없이 기울여야 한다. 


210쪽

쓸모없는 취미란 없다. 무슨 일이든 장기 지속한다면 당신은 그 분야의 선수가 되는 것이다. ...

많은 정신질환자들은 흔히 자기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세상에 하나도 쓸모가 없다고 느낀다. ... 번번이 처음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분명 다른 접근법을 요한다는 증표다.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점점 지평을 넓혀주는 것, 그것이 바로 취미다. 


211쪽

취미도 튜토리얼과 입문 단계를 거치며 배운 뒤에야 제법 자신의 솜씨에 몰입하거나 그 방면의 경치를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초반에 포기하게 되는 현상에 잘 대처해야 한다. ... 


213쪽

중증 우울증 환자들은 미래에 대한 고민은 추상적으로, 과거에 대한 고민은 구체적으로, 그리고 현재의 고민은 회피하며 시간을 보낸다. 고도의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체는 두뇌가 아닐까. 그들은 고민하지만, 그 고민은 일반적인 의미의 고민과 다르다. 그들은 ... 생각을 거듭하고 멈추지 못한다. ... 이 연쇄를 끊어야 그가 비로소 움직일 수 있다. ...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말고 생전 처음 보는 영역의 것들을 방문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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