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치료기 240923

by 서한겸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 안 늘렸다.


정신과 진료일.


의사:잘 지냈나.

나:8월은 엄청 잘 지냈다. 운동도 하고, 글도 쓰고, 책 한 권 다 썼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공유오피스 나가서 글쓰고 너무 좋았었다.

의사:그런데? 7월도 잘 지내지 않았었나.

나:그랬던 것 같다. 근데 9월에는 아무 일도 못하고 엄청 우울했었다.

의사:일이 안 돼서 그런 건가? 왜 우울하고 힘들었다고 생각하나?

나:일이 안 돼서 그런 것 같다. 책도 더 이상 진행이 안 됐고.

의사:유능감의 문제일 수 있다. 스스로 어떤 건 잘한다고 생각하나?

나:갑자기...? 지금 아주 우울한 상태라서 뭘 잘하는 것 같지가 않다.

의사:그래서 뭐는 좀 괜찮고 잘하는 게 있지 않나. 이 부분은 약하고.

나:약한 것밖에 없는... 남들한테 공감하고 타인의 기분 알아차리고 배려하는 부분은 잘하는 것 같다.

의사:중요한 능력이다.

나:음 시간에 맞춰 빠릿빠릿하게? 정확하게? 신속하게 일처리 하는 거, 정말 약하다.

의사:순발력 있게 처리하는 걸 잘 못하나?

나:그렇다 특히 숫자 진짜 약하고.

의사:유능감을 못 느껴서 우울감이 심해진 것 같다. 상태가 전보다 더 나빠진 것 같진 않다.

나:약 늘리고 싶은데 안 늘리나.

의사:그대로 가 보자. 이제 일을 좀 해보고 진전되면 어떤지, 약 그대로 먹으면서 두고 보자.

나:음... 일이 잘 안 된다. 전에 낸 책들도 반응도 없고...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의사:성과에서만 의미를 찾으면 누구나 힘들다.

나:(당신은 이미 의사잖아...? 난 백수고...?) 음...?

의사:일단 그대로 먹어 보고 지켜 보자.

나:알겠다...


병원비 7500원 약값 9400원 (35일치)


점심 소불고기비빔밥 8,500

공유오피스로 이동, 미술 평론글 인쇄해 둔 것 읽음. 5개 정도 있는데 그 중 4개는 무슨 말인지 문장들을 이해 자체를 못하겠다... 그 중 한 필자의 글(2개)만 이해가 돼서 이 글을 중심으로 공부해보려 한다.

미술사 쪽의 글과도 사뭇 다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시들을 가지고 논쟁과 담론을 만들어내려는 글들이라서 사회학에 더 가깝달까. 시의성도 더욱 많이 필요하고. 현장 경험, 수많은 전시 섭렵이 필수인 것 같다.


나는 기본적으로 회화를 좋아하니까... 이미 오래된 매체를 좋아하는 편이고 나라는 사람이 전반적으로 그렇다. 철학, 글쓰기, 유화.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다고 기존의 매체들이 다 없어지면 다양성이란 영원히 없는 거니까.


박사 지원은 해볼까.. 떨어질 가능성이 큰데... 미련 안 남게 지원이라도 해 보는 게 맞나?

주 최소 2회를 서울로 통학할 수 있어? 그럴 체력과 정신력이 있어?

그럴 체력과 정신력이 있다면, 그럴 교통비가 있다면 거기에 낼 학비가 있다면... 그림 그리는 데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작업실이 한 달에 50만원이라 해도 한 학기 학비로 10달을 작업실비를 낼 수 있어...

=>하지만 역시 떨어질 수도 있으니 지원이라도...

의 반복. 이러니 미치고 우울해지지. 결론이 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게 문제다.


공부도 하고 싶고 (글도 쓰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다 이건데, 지금 당장 뭘 할 거냐구.

그림은 평생 그리고 싶고 글도 계속 쓰고 싶은데 박사는 더 늦으면 더 하기 어려울 것 같다.

'박사=공부'냐고... 어느 정도 그렇지만, 박사과정의 50퍼센트 이상은 학교 다니기, 교수와 동료학생과 관계맺기, 수업 듣기, 학비 내기, 출석하기, 과제 내기 등이잖아...? '공부' 외적인 부분도 엄청나게 크다고.

그리고 학위를 따서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하는 거 아니냐고 박사... 박사 학위 따면 어디다 쓰게?

강의는 솔직히 누가 시켜준대도 하고 싶지 않다 ㅠㅠ 할 수 없을 것 같고... 못할 것 같고 자신이 없어.

누구를 가르치다니 나같은 사람이...? <=우울증의 증상인가 그냥?


우울증이 너무 내 90퍼센트정도 되어서, 병증과 '나 자신'이 구분이 안 된다.

힘들다 내 인생이 안타깝다. 자기연민에 빠지고 싶지 않지만 좀 지긋지긋하네.

안 우울했다면 난 어떻게 살았을까, 이런 헛생각이나 하고.


박사에 대한 고민은.. 정말 어이가 없다. '박사 하고 싶은 이유'가 없다구.. '그냥'이 뭐야...

'그냥'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갖다 바칠 일이 아니라고.

이 문제에 대해 상담해봐야겠다.

10월부터 박사 지원기간인데 이번에 지원 안 하면 진짜 영영 끝으로 하고 싶다. 내년이면 마흔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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