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다는 것 : 관계를 지키는 '주는 지혜'

주고받음에 대한 단상(斷想) 2

by 현주 약안먹는약사



그렇다면 주는 것은 어떨까? 주는 것에도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이전 글에서 '잘 받는 지혜'를 고민했다면, 이번에는 '잘 주는 지혜'에 대해 생각해 볼 차례다.


왕들의 노력; 누구에게, 무엇을 주느냐

역사 속 왕들의 사례를 보면, 현명하게 준 것이 충신을 낳았다. 왕들도 인재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과 정성을 기울였다. 유비 곁의 제갈량과 관우, 그리고 정조 곁의 정약용, 이덕무, 박제가는 그렇게 해서 얻어진 충신들이다.

그렇다면 폭군들은 일련의 노력들을 안 한 것일까? 아니, 단지 그들은 잘못된 인물들에게 자신의 노력과 신임을 주었던 것이다. 누구에게 신임을 주는가가 선왕 (宣王)이냐 폭군이냐를 결정한 것이다.

이처럼 주는 행위는 그 자체로 선(善)이 아니라, 누구에게, 무엇을 주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가족, 함부로 돕지 않는다

외식기업 ‘스노폭스(Snowfox)’ 를 세운 김승호 회장은 맨손으로 시작해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외식 및 서비스 기업을 일궈내어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유명하다.

그의 책을 읽다가 그가 자신의 가난한 부모형제를 경제적으로 돕는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함부로 돕지 않았다. 가족을 돕더라도, 일단 본인이 자본을 충분히 모은 후에 도와주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가족이 생계를 위협받지 않는다면, 조금씩 도와줬다고 했다.

함부로 돕지 않았다는 구절에서, 주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상대방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상대의 자립심을 해치지 않도록 조절하며 도왔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성해나의 ‘혼모노’에서도 보면, 아들이 젊은 시절에 박수부당이 되어 돈을 벌게 되자 그의 엄마는 돈에 눈이 돌아간다. 처음에는 자식이 주었을 것이나, 주는 것이 당연해지면서 나중에는 갈취하듯 가져간다.

약국에서도 처음에는 환자들에게 뭔가 서비스를 주다 보면 고마워하다가, 나중에는 안 주면 욕한다. 그동안 받아왔던 고마움은 이미 사라지고, 안 주면 인심이 변했다고 꼬집는다.


주는 것이 당연한 기대로 변질되는 순간; 관계의 틀어짐

이쯤 되면 주는 것에 대해서도 조심할 여지는 있어 보인다. 특히 가족 간에서는 부모이기에, 형제이기에 큰돈을 줄수도 있는데, 자신의 노력 없이 들어오는 돈은 오히려 받는 사람에게도 해가 될 수 있다. 사람을 변하게 하고 타락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돈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면, 관계 자체가 틀어져 서로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받는 사람은 늘 받기를 기대한다. 주는 사람은 늘 줘야 하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당연 해지는데, 어쩌다 못주게 되면 욕먹게 되는 것이다.


모두가 경계해야 할 순간은, 고마움이 당연한 기대로 변질되는 시점이다.

주는 것이 곧 주어야만 하는 의무로 둔갑되는 것이다.

이는 주는 사람의 선의를 훼손할 뿐 아니라, 받는 사람의 자립심을 앗아가고 관계 전체를 금전 거래로 타락시킨다.


올바른 관계를 위해 주고받음의 참된 지혜를 찾아야 한다

사람이 살다 보면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한다. 그런데 받는 것, 주는 것 모두 꽤나 신경 쓰인다.

자칫 의도와 다르게 왜곡되어 전달될 수도 있기 때문에, 둘 다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결국 주는 것과 받는 것은 모두 관계라는 섬세한 도자기를 다루는 일과 같다.

함부로 주면 상대의 자립심을 해치고 관계를 돈으로 엮어 타락시키고, 함부로 받으면 상대의 순수한 마음을 부담으로 왜곡시킬 수 있다.

우리는 매 순간 주거나 받는 행위를 통해 감사와 존중을 잃지 않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우리의 올바른 관계를 위해, 이 복잡한 삶 속에서 주고받음의 참된 지혜를 찾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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