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꽃 한가운데에 서다

구리 코스모스 축제









9월의 끝자락, 주말이었다.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구리 코스모스 축제를 가기 위해 이른 점심에 길을 나섰을 때는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다. 일기 예보에는 오후로 접어들면서 비는 그친다고 되어있었다. 비가 많이 와서인지 가는 길도 막히지 않았고, 도착하니 차가 많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차하기는 편했다.

우리가 도착하자 다행히 비는 그쳤다. 우선은 점심을 먹기 위해 먹거리장터에 가보니 부스마다 메뉴도 다양하고 뭔가 푸짐했다. 축제다웠다.

비가 온 후라 하늘에는 먹구름, 흰구름이 끼어있었고, 구름 낀 하늘은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자 작품이었다. 구름아래로 한강이 넓게 펼쳐져 흐르고 있었다.


2001년부터 시작된 구리 코스모스 축제는 매년 가을에 구리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리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꽃 축제다. 꽃밭 관람, 공연, 불꽃놀이, 체험부스, 먹거리장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코스모스 축제장까지 가는 길에는 향나무와 수국이 멋진 조화를 이루며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다. 그 길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전에는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사진을 찍는 편이다. 사진으로 남겨놔야 어디를 갔는지 그때의 추억은 어땠는지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사진상으로 보면 다섯 살쯤 되었을까 싶다. 그때는 사진사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주던 시절이었다.

엄마는 우리의 사진을 남기고 싶었는지 형제들마다 한 명씩 사진을 찍게 했다. 엄청 내성적이었던 나는 부끄러웠는지 한사코 울며불며 사진을 안 찍겠다고 버텼다. 엄마와 주변 사람들이 달래다 지쳐서 결국은 비장의 무기를 꺼냈는데, 내가 너무나도 좋아했던 삼립크림빵이었다. 나는 그 빵을 입에 문채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을 생각하면 지금도 피식 웃음이 나온다. 몇 년 전에 그 삼립빵이 추억의 빵이라는 이름을 달고 마트에 진열되어 있을 때 나는 정말 놀랬다. 그때 그 시절 그대로의 포장과 모양의 빵이었다. 나에게는 진심 추억의 빵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좋은 풍경이 나오면 스스로 찍어달라고 하면서 활짝 웃음 짓는다. 식구들은 웃음이 너무 가식적이라는데 가식적이라도 웃어야 그나마 예쁘게 나오는 걸 어쩌랴. 확실히 사람은 웃어야 예쁘다.

나는 자주 웃는 사람을 좋아한다. 생각해 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웃음이 많다. 친구들을 생각하면 그들의 웃는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내가 못 가진 부분이라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코스모스 대단지 꽃밭까지 가는 길이 제법 길었다. 그래도 구름도 끼어있어서 햇빛도 따갑지 않았고 바람도 선선해서 걷기에 너무 좋은 가을날씨였다. 드디어 꽃밭에 도착하니 흰색, 분홍색, 붉은색 꽃들이 무리를 지어 피어있었다. 어깨 높이의 꽃들이 화사했다.

우리가 어렸을 때 길가에서 보았던 코스모스보다 꽃이 크고 화려했다. 꽃잎 끝부분에만 다른 색이 들어간 개량종 들도 많았다. 원래 코스모스는 꽃잎이 한 겹인데 꽃잎이 여러 겹으로 풍성하게 핀 황색 코스모스 무리가 유독 눈길을 끈다. 지금이 딱 개화의 절정인가 보다. 꽃들마다 너무나도 활짝 피어 있었다.

본래의 코스모스와는 멀어진 모습이다. 처음에는 이것도 코스모스인가 싶었다. 길가에 소박한 색깔로 무심히 피어 있던 코스모스와 사뭇 다르게 화려하다.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을 수시로 눈앞에서 보는 느낌이다. 오늘 본 코스모스들도 크기와 색깔, 모양, 개화기간이 품종 개량 된 것 들이다.

유전적 형질을 사람에게 유용하도록 변경하는 품종 개량은 원예뿐 아니라 농업, 축산업 등에서도 활발하다.

품종개량 이전의 원시과일은 수천 년에 걸친 품종개량의 결과로 오늘날의 크기와 당도가 되었다. 무엇보다 곡식 품종개량은 농업발전에 결정적인 핵심기술로, 녹색혁명이라 불리며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려 우리를 배고픔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코스모스가 쓰러져 있다. 빗물 고랑을 피하려고 코스모스를 밟아서 쓰러져있고, 사진을 찍으려고 코스모스 밭으로 들어가느라 쓰러져 있다. 역시 남는 게 사진이라고들 생각하는지 코스모스 한복판에서 찍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보였다. 코스모스는 지금 한껏 개화해 있는데 줄기가 밟힌 채 꺾어져서, 땅바닥에 쓰러져 활짝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못내 안쓰러웠다.

주최 측에서 코스모스 중간중간 길을 만들어 두거나, 다닐 수 있게 만들어둔 길에 깔아 둔 보행매트가 끊기지 않으면서 이어져 있었더라면 코스모스들이 그토록 수난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을 탓할 수도 있지만 미리 준비하지 못하는 주최 측을 탓할 수도 있겠다. 이래서 체계와 제도가 중요하구나 싶었다.


우리 가족은 비가 오는 바람에 사람들이 뜸해서 여유롭게 보고 나올 수 있었는데, 나오면서 보니 주차하려는 차들이 엄청나게 늘어서 있었다. 길이 주차장이 되어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사람들이 정말 축제에 열광하는구나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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