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런 2025 한강마라톤
‘64세에 첫 마라톤이라니’
친구가 보내준 AI 마라톤 운동 스케줄의 첫마디다. 얼마 전 친구가 5km 마라톤에 나가보자고 제안해 왔다.
직장만 오가며 생활하던 나에게 마라톤이라는 목표는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물론 짧은 마라톤이지만 주로 걷기만 하던 나에게는 달리기라는 새로운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하나의 문이 되어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목표가 생겼다는 자체가 뭔가 활력이 되었다.
친구가 보내온 마라톤은 ‘광명 건강 달리기’였다. 마감기간이 한 달도 더 남아있어서 느긋하게 접수하려고 했는데 마감이란다. 벌써 마감이라니! 대체 뭔 일인가 싶어서 마라톤대회를 검색해 보니 대회자체가 엄청 많았음에도 그 많은 대회가 빠르게 마감되고 있었다. 마라톤 열풍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올해 연말까지 120개 정도의 마라톤대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라톤 대회는 보스턴 마라톤, 뉴욕 마라톤, 런던 마라톤, 베를린 마라톤, 도쿄 마라톤 등이 있다. 이들 대회는 오랜 역사와 전통, 엄격한 참가 자격, 대규모 참가자, 세계 기록 경신 등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중 보스턴 마라톤은 1897년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마라톤 대회로, 참가 자격이 엄격하며, 2만 명 이상이 참가하고 50만 명 이상의 관중이 모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서울동아마라톤, 춘천마라톤, JTBC서울마라톤 3대 마라톤 대회가 있다. 한국의 마라톤 역사는 1931년 동아마라톤의 시작과 함께 본격화되었고, 이는 한국의 근대화 과정과 맞물려 있다. 1946년 시작된 춘천마라톤은 한국전쟁 이후 재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1999년 시작된 JTBC서울마라톤은 더욱 대중화되어 매년 2만 명 이상의 참가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한국의 마라톤 열풍은 단순히 달리기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진화하고 있는데, 러닝 크루의 증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친구가 다시 보내온 일산호수공원 에서하는 ‘글로벌 6K 포 워터’ 마라톤. 기부도 하고 호수공원을 돌면서 하는 마라톤이라 너무 좋다고 생각했는데 토요일 오전이라 나는 참가할 수 없었서 다시 찾아야 했다.
나도 몇 군데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찾아낸 ‘뉴런 2025 한강마라톤’. 아직 마감전이다. 늦은 저녁이었지만 친구에게 급하게 전화해 신청하자고 했다. 친구는 신청했다고 바로 연락이 왔다. 마감되기 전에 빨리 신청해야 하는데 나는 신청이 더뎌지고 있었다. 기계치인 나는 신청이 안되어 쩔쩔매고 있었다. 매일 사용하는 신용카드가 웬일인지 계속 거절되었다. 결국 계좌이체로 신청했다. 마라톤 신청 자체가 나에게는 이미 험난한 마라톤의 시작 같았다.
러닝을 하기 전에 우선 마라톤에 대한 책을 한 권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거나, 어려움이 닥칠 때 일단 관련된 책을 찾아서 읽어보기, 이것은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박지혜, 함연식의 ‘러닝 바이블’이 밀리의 서재에 있기에 다운로드하여서 읽었다. 기본자세라든가 준비물 같은 것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책에서는 달리는 방법, 호흡방법, 페이스 조절법, 부상방지 예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달릴 때는 무릎을 가능한 들면서 미드풋으로 착지하라고 하고, 복식호흡으로 호흡하라고 한다. 팔은 앞으로 밀면서 달리라고 한다. 막상 달려보니 무릎 드는 게 어색하고, 팔은 앞으로 밀기가 쉽지 않았고, 복식호흡을 하려니 어지러웠다. 결국은 힘들어서 그냥 편한 대로 달렸다. 엄마의 달리기가 잘되어가는지 걱정하면서 아들이 황영조 유튜브를 보여주면서 참고하라고 했다. 거기서는 리어풋으로 착지하고, 호흡은 각자가 편한 대로 하라고 했다. 몸은 세우고 발은 일자를 유지하며 달리고, 팔은 뒤로 밀면서 가볍게 흔들라고 했다.
책과 상반된 내용이 많았는데 내 경우는 유튜브 내용대로 하니 달리기가 편했다. 책의 내용은 선수들을 표본으로 삼은 것이었다. 실제로 킵초게 같은 선수들은 책의 내용처럼 달린다. 선수처럼 빨리 달리려면 무릎이 저절로 높이 올라가게 되고, 미드풋으로 힘차게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나 같은 초보마라톤은 자세부터가 달라야 했다. 선수자세와 초보자세가 다른 것이다.
약국을 하다 보면 이웃 사람이 먹던 약인데 효과가 좋다고 한다면서 그 약을 찾는 경우가 자주 있다. 약을 왜 먹으려 하는지 이런저런 증상을 물어보고, 본인에게는 잘 안 맞으니 다른 약을 먹으라고 권해보아도 막무가내인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때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좋다는 약이 모두에게 똑 같이 좋은 약은 아니라는 것이다. 좋은 약은 무엇인가? 자기에게 맞는 약이다. 다른 사람에게 좋다고 나에게도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건강상태와 체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약이 그러하듯 마라톤에서도 나 같은 초보에게 맞는 자세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마라톤 연습을 시작했다.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시간을 체크하며 달려보았다. 헬스장은 실내라 에어컨바람 덕분에 시원해서 달리기에 좋았다. 마라톤대회는 야외에서 하는 거라 실외에서 달리기 위해 집 가까이에 있는 청계천으로 갔다. 이사 온 지 몇 년이나 되었어도 걸어는 봤지만 달려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걸을 때는 몰랐는데 러너들이 상당히 많았다. 러닝크루도 눈에 띄었다.. 나도 러너들과 보조를 맞추어 뛰어보다가 지치면 걷는다. 젊은 러너들이 많은데 그 에너지가 나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다. 나도 다시 젊어진다. 확실히 야외에서 바람을 가르며 나무사이를 달리니 그 또한 상쾌했다.
처음에는 실외에서 달리니 달리는 것도 힘들었지만 더위 때문에 더욱 지쳤었다. 다행히 조금씩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다. 점차 저녁시간의 선선한 바람이 달리기의 힘듦을 덜어주었다.
청계천에는 러너들을 위해 바닥에 거리가 표시된 구간이 있다. 50m 간격으로 표시되어 있기에 걷다 달리다를 조절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오솔길처럼 예쁜 길도 있었는데 그곳에는 표시구간이 없어서 친구가 알려준 런데이 앱을 켜고 달렸다. 목표거리를 정하면 거리별로 걸린 시간을 알려주고 음악도 틀어주어 달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5km 달리기는 1시간 제한을 두는 마라톤대회가 있다고 해서 일단 1시간을 목표로 두고 달렸다. 검색해 보니 보통은 30분-50분에 달린다고 한다. 나는 그 중간인 40분을 목표로 잡아본다. 일단은 목표일 뿐 무릎부상이 있는 상태라 절대 무리하지는 말자고 다짐해 본다.
운동을 할 때 가장 주의할게 부상이라고 한다. 선수들은 무리하게 훈련하느라 부상을 입고, 초보들은 잘못된 자세로 인해 부상을 입는다고 한다. 달리면서 최소한 몸은 곧게 세우고, 십일 자 발자세로 달리려 노력했다. 달리고 나면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온몸은 땀범벅이다. 그래도 멋지다. 목표가 있다니.
드디어 마라톤대회날이 왔다. 아침부터 살짝 부슬비가 왔다. 다행히 마라톤 행사장에 도착하니 비가 그쳤다. 엄청 크고 흥겨운 음악소리와 함께, 많은 인파들이 흥을 돋우어 주었다. 뭔가 한바탕의 축제에 온 기분이었다.
달리기가 시작되었고, 요란한 응원소리가 이어졌다. 구름 낀 하늘이라 햇빛도 없어서 달리기가 수월했다. 친구와 온갖 수다를 떨면서 달렸다. 2000명 이상이 달리는 와중에 우리는 거의 그 줄의 끝에서 달렸다. 그래도 유쾌하고 즐거웠다. 달리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마냥 해맑았다. 우리는 그저 참가하고 완주하는데 목표를 두었다. 그리고 완주했다.
마라톤이 끝난 후 미사경정공원을 한없이 걸었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완벽한 가을이었다. 너무나도 멋진 하늘과 길게 늘어선 나무들이 우리를 품어주었다.
이렇게 우리는 달리기라는 세계에 입문한 것이다. 좀 더 젊은 나이였다면 좀 더 원대한 꿈을 가질 수 있었겠지만, 우리는 1년 뒤 10Km의 마라톤을 기약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