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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가 오지 않는 집

by 이 순간



그 집에는
크리스마스트리도 없었고,
벽난로도, 양말도 없었다.

아이는 이브가 되면 괜히 집 안을 서성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한 줌의 설렘이 되어
발끝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어른들에게는 말하지 못했지만
아이는 갖고 싶은 것이 있었다.
두 팔로 안으면
세상에서 제일 부드러울 것 같은,
작고 귀여운 곰인형.

트리도 없고
걸어둘 양말도 없어
편지를 써도 둘 곳이 없다는 걸
아이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편지는 쓰지 않았다.

대신 마음속으로
산타에게 수십 통의 편지를 보냈다.
오늘은 꼭 오라는 말,
못 와도 괜찮다는 말,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말까지
모두 섞인 편지였다.



아이는 차가운 이불속에 몸을 웅크린 채
기대와 체념을 번갈아 품고
쉽게 잠들지 못했다.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며
혹시 지금쯤,
산타의 썰매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귀를 기울였다.


그 밤,
아무도 오지 않았다.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고
아침은 늘 그렇듯
조용히 찾아왔다.

하지만
오래도록 기다린 마음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마음은
아이와 함께 자랐다.


그 아이는 자라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조금 늦게 잠드는 어른이 되었다.



어느 집 문 앞에
이름 없는 선물을 두고
문이 열리기 전
조용히 돌아섰다.

그가 선물을 두는 집은
늘 트리가 없는 집이었다.

창문으로 옅은 불빛이 새어 나오지만
반짝임은 없는 집,
양말을 걸 자리가 없는
문 앞이었다.

포근한 인형 하나,
혹은
누군가의 아침을 환히 밝혀줄
작은 온기 하나.

그는 매년 다른 선물을 골랐지만
늘 같은 마음으로
그 밤마다 두었다.

길고 긴 이브의 밤에
괜히 문을 한 번 더 열어볼 아이가
세상 어딘가에 따스함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 아이는 그렇게
기다림을
혼자 두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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