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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Sora Nov 28. 2022

오늘의 처방전(3) - 생리통

한의사가 되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내가 아플 때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이상은 나에게 직접 처방해서 약을 먹을 수 있는 점이다.


다른 환자들의 이야기를 올릴 수도 있지만 그분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줘야 하고 만약 올릴 경우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기에 나 혹은 가족 위주로 기록해놓으려고 한다.


<오늘의 처방전>

 

[환자 정보]

20대 여성


[불편한 증상]

생리통 - 생리 1일 차에 제일 심함

가끔 학업 혹은 직장 내 스트레스 상황 시 가슴이 답답함


[발병 시기]

원발성 생리통 양상으로 학생 때부터 생리통이 있었다. 심각하지는 않아서 진통제 먹어본 적은 없고 1일 차만 아픈 편이다.


[진단]

원발성 월경곤란증


[처방]

출처 경방신약


[기타 정보]

이 약, 가미소요산은 내가 20대 때 많이 먹은 약이다. 특히 학교 시험기간과 인턴 생활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주로 처방해서 먹은 약이다.

먹고 나면 생리통이 많이 줄어들고 생리 때 덩어리도 없어지는 것 같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 약을 먹을 정도까지의 일이 별로 없다.

젊은 시절의 나는 열정이 넘치고 기분도 업 앤 다운이 심했던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시험 기간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환자나 보호자의 말에 상처(?)를 받을 때 이 약을 주로 찾고는 했다. 이 약을 먹으면 답답했던 가슴이 확 풀리면서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보험약으로도 처방이 가능한데 개인적으로는 보험약보다는 탕약으로 달여서 먹어야지 더 효과가 있었다(슬프게도 보험약보다 탕약이 비싼 이유가 있다).

30대가 되어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이 약을 먹을 일이 많이 없다. 여전히 스트레스는 존재하지만 이제는 누군가 나에게 불합리한 말을 하거나 기분 나쁠만한 말을 하여도, 혹은 누가 소리를 질러도 "아 네 그러시군요." '그렇구나.' 등 표면적으로는 동요가 없다. 슬픈 영화를 보면서 울거나 잠을 자서 잊으려고 할 때도 있다(가미소요산은 '짜증'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되고 우울이나 슬픔일 때는 반하후박탕(특히 위식도역류 변비나 목의 이물감 동반시), '불안'의 개념 및 소화가 안될 때는 귀비탕이 더 적합하다).


가미소요산은 생리통 환자에게도 많이 쓰이고, 갱년기 환자의 화병 증상에도 많이 쓰인다.


한 연구에서는 210명의 주요우울장애환자를 대상으로 2달 동안 설트랄린(SSRI, 항우울제) 복용과 가미소요산 복용을 하도록 하여 그 결과를 비교해보았더니 우울 증상 개선에는 가미소요산이 설트랄린과 비슷하게 효과적이었고, 불안 증상의 개선에는 설트랄린보다 더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출처 Su R, Fan J, Li T, Cao X, Zhou J, Han Z, Ma Y. Jiawei Xiaoyao capsule treatment for mild to moderate major depression with anxiety symptoms: a randomized, double-blind, double-dummy, controlled, multicenter, parallel-treatment trial. J Tradit Chin Med. 2019 Jun;39(3):410-417. PMID: 32186013.


또한 일본 산부인과 의사들은 생리통 가이드라인에서 (기능성 월경곤란증) 한약을 처방하라고 권고한다. 물론 가미소요산만 정답은 아니고 증상에 따라 당귀작약산, 계지복령환, 당귀건중탕 등 다른 처방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당귀, 작약, 목단피 등이 어혈을 제거하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항염증 경로 및 자궁평활근에 작용하여 통증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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