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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Sora Jan 05. 2023

오늘의 처방전(6) 코로나 이후 생리불순

한의사가 되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내가 아플 때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이상은 나에게 직접 처방해서 약을 먹을 수 있는 점이다.


다른 환자들의 이야기를 올릴 수도 있지만 그분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줘야 하고 만약 치료과정에 대해 올릴 경우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기에 나 혹은 가족 위주로 기록해놓으려고 한다.


<오늘의 처방전>


[환자 정보]

20대 여성


[불편한 증상]

코로나 이후에 생리를 해야 되는데 2주 정도 미뤄지고 있다.


사실 코로나 때문인지는 모른다.


그런데 평소에 월경이 비교적 규칙적인 편이었는데, 작년에도 코로나 백신 접종 후에 생리가 2-3주 정도 미뤄졌었다.





[진단 및 추가 이야기]


어떤 신문기사에서는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여성들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이상자궁출혈(생리 이상반응) 발생위험(무월경·월경 주기 미뤄짐 제외)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출처 조선일보 김자아기자, 2022-08-12 “코로나 백신 맞고 생리 불순”은 사실이었다…인과관계 확인)




하지만 생리불순은 꽤 흔한 증상이고, 원인도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얽혀있을 수 있다.




그래서 코로나 백신 혹은 코로나 후유증으로 생리불순이 생기는 것은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백신이든 코로나에 감염되든 면역계가 변화하기 때문에, 난소나 자궁내막도 변화된 면역에 따라 생리 주기가 짧아지거나, 늘어나는 등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일단 나의 증상을 살펴보기로 했다.


생리 불순을 진료할 때 가장 먼저 해야 될 것은 고쳐야 할 다른 원인질환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다낭성 난소증후군, 유즙분비종, 조기폐경, 갑상샘 항진증 등을 확인한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초음파로 난소를 보면 되는데, 그래도 생리는 계속 했었으니까 배제하고, 가슴에서 분비물 안 나오니까 유즙분비종 배제, 두근거림이나 더위 참지 못하는 증상 등 없으니까 갑상샘 항진증도 배제한다.


한의학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호르몬이 불균형해져서 생리가 연장되거나 단축된다고 본다.


1. 스트레스 (간울형)


한의학에서 스트레스는 간울에 해당한다. 

많은 여학생들이 학업에서 받는 스트레스, 그 외 회사원들의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아니면 걱정거리, 긴장, 불안 등의 심리적 자극은 자율신경 기능에 이상을 일으킨다.


이는 곧 뇌하수체의 호르몬 조절에 영향을 미치고, 생리가 미뤄지거나 단축되게 한다.


이럴 경우 동반 증상으로는 입맛이 뚝 떨어지거나, 밥을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지 않고, 가슴이나 옆구리가 아픈 경우도 있다. 

생리할 때는 피에 덩어리가 있고, 맥은 긴장되어 있는 편이다.


이럴 때는 자율신경의 불균형을 회복시켜주는 가미소요산, 소간해울탕 등을 처방할 수 있다.



2. 몸이 허약한 경우 (기혈허약)


먹는 양이 부실하거나 다이어트를 무리하게 하거나, 큰 병을 앓고 난 뒤, 혹은 체력이 전체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호르몬 균형이 무너져서 발생한다. 


몸이 지칠 대로 지쳐 허약해진 상태인데, 자궁 점막을 탈락시켜 출혈까지 일으킬 여력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피곤하고 기력이 없고 눕기를 좋아한다거나, 말할 때 목소리에 힘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잠을 잘 못 자고, 생리혈의 경우 색깔이 연한 경우가 많다. 맥은 약하다.


이럴 경우 팔물탕가감, 귀비탕가감, 인삼양영탕가감 등 몸의 회복을 돕는 처방을 써야 한다.



생리 불순의 다양한 원인들 

3. 살이 쪄서 생리를 안 하는 경우 (담습형)


한의학에서는 비만일 경우 몸에 지나치게 습담(혹은 담습)이 쌓인다고 보았다. 쉽게 말해 몸에 노폐물이 쌓여서 정상적인 생리 기능을 방해하는 경우다.


비만체형이 많고, 평소 냉(대하)이 있고, 속이 더부룩하거나 머리가 어지럽거나 가래가 많고, 맥은 활하다.


이 경우 몸의 대사를 높여주는 한약을 써야 하는데, 창부도담탕, 이진탕가미방 등을 써서 신체 대사를 원활하도록 한다.



4. 호르몬 체계의 미성숙 (신허형)


주로 사춘기에 빈발하는 경우인데, 아직 월경 '시스템'이 몸에 잘 정착하지 않아서 생리 주기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경우다.


소변을 자주 보거나 머리가 어지럽다고 하고, 귀가 울리는 증상이 있을 수도 있다. 맥은 가늘다.


이럴 경우 좌귀환가감방, 귀신환 등의 처방을 써서 부족한 여성호르몬을 보충한다.

인위적인 호르몬 주입이 아닌 우리 몸이 스스로 호르몬 시스템을 잘 정착시키도록 하는 방법이다.



[나에게 내린 처방]


나는 조경종옥탕을 복용하기로 하였다. (조경종옥탕은 1번 유형에 2번, 4번의 유형이 더해진 처방이라고 볼 수 있다.)


조경종옥탕은 숙지황, 향부자, 당귀, 오수유, 천궁, 백작약, 백복령, 진피, 현호색, 목단피, 건강, 육계, 애엽 등으로 구성된 처방이다.


불임에도 많이 쓰는 처방인데, 숙지황, 당귀, 천궁, 백작약 등이 코로나 등의 상황(외부적 원인)으로 교란된 월경 시스템을 잘 정착시키도록 하고, 향부자, 현호색, 목단피 등이 스트레스(내부적 원인) 상황을 해소하도록 해준다.


조경종옥탕을 통해 희발월경을 치료한 증례가 보고되었고, 실험연구에서는 다낭성 난소에서 난포의 성숙을 유도하여 정상 배란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추가 치료]


열심히 삼음교에 침을 놓았다. 삼음교는 생리통, 불임, 자궁 출혈, 갱년기 증상 등 여성 질환에 효과가 있는 혈자리이다. 다리라서 여기에 침을 맞는 것은 별로 안 아프고 앉아서 혼자 놓을 수가 있다. 


[경과]


다음 생리 주기 때는 30일 생리 주기를 회복하였다. 한약 때문인지, 침 치료 때문인지, 내 마음이 안정이 되어서 플라시보로 건강이 회복되어서 그런 것인지 어느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월경 주기가 회복되어서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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