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밖에서 내 머릿속을 괴롭히던 온갖 고민을, 옷을 벗어던질 때 함께 던져버리고 수영장에 들어갈 수 있다. 수영장 물속에 있으면 세상이 전부 고요해지고 내가 하던 고민들이 사실은 아주 사소한 고민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평화롭다고 생각하는 찰나, 음파음파를 하며 여느 때처럼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벌렸을 뿐인데 하필 그 타이밍에 옆라인 반대쪽에서 접영하며 오는 사람의 물길에 온갖 수영장 물이 내 입속으로 들어간다. 나의 혈중 염소 이온 농도는 이렇게 오늘도 높아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직도 평영에서 지지부진하게 진도가 안 나가고 있는 요즘, 감히 접영까지 배워서 물살을 가로지르는 물개가 되는 날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