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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Sora Sep 24. 2023

캐리비안베이 미끄럼틀을 탄 뒤 아기가 갖고 싶어졌다

임신 중기 이야기

몸도 마음도 격동적이었던 임신 초기가 지났다.

기초체온이 올라

몸은 불구덩이같이 뜨겁게 느껴지고

뭘 먹어도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좋지 않고

내가 엄마가 될 자격이 있나 싶다가도

아기가 잘 있긴 한 건가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임신 초기가 지나고


임신 중기가 되자

몸에도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내가 아기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친구와 캐리비안베이를 다녀오고 나서부터다.


특히, 아쿠아루프라는 미끄럼틀을 타고 나서

"아 너무 재밌다. 그런데 그다음은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쿠아루프는 캐리비안베이에 있는 미끄럼틀인데

거의 수직으로 내리꽂는다고 보면 된다.

다른 슬라이드 미끄럼틀은 누워서 시작하는 반면,

이 놀이기구는 준비자세가 발판 위에 서있는 것이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있으면

"쓰리 투 원"

이라는 구호와 함께

발판이 짠 하고 열리면서

내 몸은 수직으로 내리꽂는다.


거의 무중력 체험을 한 느낌이었다.


정말 재미있고 짜릿하고 이 세상 놀이기구 중 제일 재미있었다.

티 익스프레스도 타봤고 다른 봅슬레이류나 여러 놀이기구도 타봤는데 이건


 내 몸이 붕 떠있는 느낌을

찰나가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긴 몇 초간 느끼고

그다음

'와 살려줘'

라는 생각이 드는 놀이기구였다.


정말 재미있었다.

그런데 "그다음은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지금까지 수능, 대학교, 한의사 면허 시험, 결혼이라는 큰 관문을 하나하나 넘어왔다.


이제 여기서 만족하고 좀 쉬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

대한민국에서 남들 하라는 대로 하는 것에 익숙한

나는

"와 정말 재밌었다. 근데 이제 다 논 것 같은데.

그다음은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의 아쿠아루프. 캐리비안베이 어트랙션 중에 이 미끄럼틀이 제일 스릴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는 아직 대학원 논문이 남아있었고, 일도 아직 적응 중이라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을 미루기로 하였다.



그렇게 논문도 다행히 잘 통과하고

다시 여유가 좀 생길 때 즈음 어떤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동물 다큐멘터리였는데

처음 등장한 것은 바다거북이었다.


바다거북은 육지에 태어나 다양한 위협에 맞서 비교적 안전한 바다로 들어간다.

그렇게 바다에서 수 만 킬로를 누비다 산란을 할 때가 되면 다시 그 위험을 무릅쓰고 육지로 향한다.

바다 거북이 육지 위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부 장기에 손상이 가고 폐가 무게에 짓눌려 질식할 수도 있지만

어미 바다거북은 그저 종의 번식을 위해서 땅을 밟는다.


또 다른 새 이야기도 나오는데

수컷이 암컷의 간택을 받기 위하여 구애의 춤을 추는 장면도 나온다.

자기 몸이 힘들더라도 암컷에게 꼭 선택을 받기 위하여 열심히 춤을 춘다.

암컷은 뛰어난 유전자를 고르려고 수컷을 유도한다.



번식은 동물의 본성이라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되었다.

나도 로봇이 아닌지라

인간에 속해서 그런지 내 유전자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수록 자연재해는 많아지고

전 세계적으로 인구는 넘쳐나고

지구온난화는 더 심해진다는데

이런 상황 속에 아기를 가지는 것이 맞나 싶다가도



나도 어쩔 수 없는 동물, 포유류일 뿐이다.

그저 고민 많은 나에게

한없이 감격스럽게도 아기가 찾아와 줘서

기쁘고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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