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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Sora Mar 23. 2024

[출산-조리편]조리원이라도 안 갔으면 어쩔뻔했어

산후조리원은 한국에서 뜨거운 논란거리다.

초호화 산후조리원이라며 한국 뿐만아니라  외신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저출산과 연관을 짓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산후조리원에 안 가길 잘했다."라는 글이나

"다시 돌아간다면 조리원에 가지 않고 집으로 바로 갈 것이다."라는 글이 종종 보인다.


하지만 나는 산후조리원에 잘 다녀왔다고 생각한다.

조리원에 갈 필요가 없다는 분들의 의견도 존중하지만(그리고 갈 필요가 없다니 부럽다)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왕초보인 엄마는 특히 조리원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분명 학교 다닐 때 소아과 시간에 신생아의 생리적 특징에 대해서 배우긴 배웠다.


신생아의 피부는 시시각각 변한다고,

호흡은 빠른 편이고 다양한 호흡음이 나타나는데 정상이라고,

생리적 황달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내 아기가 그러고 있으면 초보 부부는 몹시도 당황한다.


"얼굴이 시뻘건데 너무 더운 건가?"

"피부에 오돌토돌 뭐가 난 것 같은데 이건 또 뭐지?"

"숨 쉬는 것이 이상한 것 같아."


이럴 때는 교과서에 "신생아는 이러저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라고 쓰여있는 문장보다

조리원 신생아실 선생님의 "원래 그래요."라는 한 마디나

다른 아기도 색색거리며 숨을 쉰다거나 피부가 시뻘게지며(또는 노랗게) 용쓰는 모습이 훨씬 안도감이 들었다.


또한 신생아실 선생님을 통해 우리 아기가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신생아실 선생님들 각각의 육아스타일도 엿볼 수 있었다.

조리원을 퇴소하고 오면 산후도우미는 한 명뿐이다.

초보 엄마들은 산후도우미에게 휘둘리기 쉽고, 산후도우미 말이 무조건 옳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에는 신생아실 선생님이 보통 데이-이브닝-나이트로 3교대로 돌아가면서 아기를 봐주고, 같은 데이번에도 여러 명의 선생님들이 나의 아기를 봐주기 때문에 아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또한 각 조리원마다 육아 방침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긴 해도 각 선생님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선생님들 스타일만 잘 관찰해도 나중에 조리원 퇴소하고 나에게 맞는 산후조리사 선생님이 어떤 스타일인지 대략적인 방향성을 얻을 수 있다.



그 밖에도 당연한 말이지만

빨래와 청소로부터 해방된다는 점,

모유수유를 할 경우 전반적인 팁들을 알아올 수 있다는 점,

좌욕 등을 통해(특히 나는 출혈이 많았어서) 몸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다시 돌아가도 산후조리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산후조리원을 '불편'하게 생각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여러 산후조리원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내가 갔던 산후조리원은


말끝마다 "산모님"을 붙이며

짐이 있으면 들어다 주고

(물론 몸이 회복이 덜 되었을 때라 감사하긴 했다. 하지만 퇴소할 때는 나도 들 수 있는 컨디션이 되었고, 아니면 남편이 들어줘도 되는데..)

청소를 원할 경우

방 문 앞에 마치 호텔 서비스처럼 "Makeup room"표시를 걸어놓는 서비스도 있었다.


물론 친절이 감사하기는 했다.

그리고 이런 환대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약간 어색했다.



그냥 내가 낳고 싶어서, 감사하게도 아이가 내게 와주어서, 낳은 것인데


저출산 국가에서 임산부는 신인가?

이렇게 우대받아도 될 정도인가?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뭐라 딱 꼬집어 전달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조리원에 있으면서 전반적으로 느낀 소감은 이러하였다.





하지만

누가

다시 돌아가도 산후조리원에 갈 거니?

라고 묻는다면


답은 예스다...


나 같은 초보 엄마, 출혈로 몸이 만신창이가 된 산모에게는 산후조리원은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정말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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