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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솔아Sora
Mar 30. 2024
[육아-수유편]모유수유하면 분유값이 안 들어서 좋다고?
내 식비가 더 든다
"아기 낳으면 모유수유 할 거니?"
임신해서 곧 아기를 낳는다고 하면
사람들이 두 번째로 물어보는 질문이다.
(첫 번째는
"자연분만 할 거니, 제왕절개 할 거니?"였다.
그밖에 "몇 명 낳을 거니, 둘째 낳을 거면 연년생이
키우기
편해"도 자주 듣는 말이다.
)
일단 모유수유를 하겠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보통 두 가지 반응이다.
친구들은, 특히 이미 육아선배님이 된 엄마들은,
"야, 분유가 편해. 요즘 분유 잘 나와. 분유 먹어도 건강해. 너 모유 먹이면 외출도 잘 못하고 음식도 다 가려먹어야 해."
라고 분유를 강력 추천하고,
내 기준
윗세대, 어른들은
"그래, 잘 생각했다. 모유 먹여야지 애한테도 좋고 엄마한테도 좋아."
라는 반응을 보인다.
아무튼
결국 내가 모유수유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친정엄마의 모유 예찬 덕분이었다.
그리고 엄마가 모유가 잘 나왔다고 하니까, 막연히 나도 잘 나오겠지, 수월하겠지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아직도 모유수유는 나에게 기나긴 숙제처럼 느껴진다.
여전히 모유수유를 하고 있어 아직 모유수유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가 이른 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모유수유의 장점들에 대한 반박은 다음과 같다.
1. 모유수유하면 분유값을 아낀다?
흔히들 모유수유하면 분유값 아껴서 좋다고 말을 한다.
분유값이 정말 비싸긴 비싸다.
완모 중이라 정확하게는 잘 모르지만 한 통에 몇 만 원, 많게는 칠만 원가량 하는 것 같다.
그런데 한 통으로 일주일 밖에 못 먹는다고 한다.
이 분유값을 아낄 수는 있다.
문제는 모유를 만들어내는 내 식비가 더 든다는 점이다.
나는 출산 전에는 아침을 안 먹는 사람이었다. 간식도 딱히 먹지 않았다. 그냥 점심, 저녁만 먹으면 되고 어쩌다 한 번 카페를 가거나 눈앞에 과자가 있을 때 과자를 먹었다.
그런데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가니 삼시 세끼를 다 주고 간식은 무려 세 번이나 나왔다.
처음에는 산후조리원이 정말 산모의 건강을 잘 챙겨주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산모의 건강도 있겠지만, 모유 잘 만들어내라고 주는 일종의 연료였던 것이다.
삼시 세끼 밥그릇을 싹싹 비우고, 간식도 나오는 대로 다 먹어도 살이 안 쪘다.
가슴 마사지 선생님에 따르면 모유수유로 하루 최대
천 칼로리까지 소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산후조리원에서 유축을 통해 140까지 끌어올린 채 퇴소하였고, 집에서도 삼식이가 되었다.
돌아서면 배고프고, 젖 한 번 물리고 나면 간식을 또 찾는다. 하루 세끼 다 챙겨 먹고, 간식까지 먹으려니 내 식비는 결혼 이후, 아니 인생 살면서 최대치를 찍는 것 같다.
모유수유하면 분유값을 아낄 수는 있지만,
내 식비가 더 드는 느낌이었다.
모유 공장의 연료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2. 모유수유하면 배앓이를 안 한다?
조리원에 나오고 나서 우리 아기는 밤만 되면
자지러질 듯이 울고는 했다.
처음에는 조리원에 나와서 집에 적응하느라 그렇다고 생각했다.
분명 내가 낳은 아기인데,
나는 목소리가 낮은 편인데,
남편도 목소리가 이렇게 높지는 않은데,
우리 아기의 울음소리는
당장이라도
성악대에 메조소프라노 자리에 넣어도 될 만큼 고막을 찔러댔다.
너무 자지러지게 울어서, 영아산통인가, 배앓이인가라고 생각해 보다가,
에이, 모유는 소화도 잘 된다는데, 그럴 리가 없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매일 같이 밤마다 지속되는 고막 터질 것 같은 울음소리에 결국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서
장마사지를 해주었다.
그랬더니 아기 울음소리가 메조소프라노에서 소프라노 정도로 내려갔고, 울 때도 많이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았고, 우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영아산통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내 아이의 경우 장 마사지를 해서 나아지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배에 가스가 많이 차서 울었나 보다.
이걸 배앓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중에 가슴 마사지사 선생님한테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젖 양이 많고 사출이 많아서 아기가 공기를 많이 먹고, 필요한 양보다 많이 먹어서 울었을 것이라 했었다.
3. 모유수유하면 산모 건강에 좋다?
당연히 좋기는 하다.
나의 경우도
늘어났던
자궁도 수축이 잘 되는 것 같고,
몸의 부기도 많이 빠지고 살도 빠지고,
수유한다고 건강한 음식만 가려 먹어서
몸도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유선염, 유구염에 안 걸리려고 조마조마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아기가 젖을 먹다가 용을 쓸 때는 내 꼭지를 물고 용을 쓰니 안 그래도 너덜너덜한 꼭지가 더욱 너덜너덜해지는 느낌이다.
이러한 점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모유수유를 한다.
모유수유를 하면, 소소한 좋은 점들이 있는데,
아기가
딸꾹질할 때 물리면
곧 딸꾹질이
멈춰서 안쓰럽지 않고
좋다
.
그리고 젖을 물고 자는 것 같아서
떼어 내려고 하면 놓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다.
모유수유,
아직은 나에게 험난한 산 같지만
아기새처럼 쪽쪽 빨아먹는 귀여운 나의 아가를 보며
오늘도 힘을 내어 산길을 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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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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