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실전편]"밤에 아기가 잘 자니"의 진짜 의미
수면, 아니 울음과의 전쟁
조리원에서 나와 집으로 오자 친척들은 그동안 고생했다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밤에 아기는 잘 자니?"라고 물어보셨다.
"아, 먹느라고 두 시간마다 깨요."
라고 대답하자
"아니, 아기가 울지 않고 잘 자나 해서. 잘 자면 됐지."
라고 주변 친척들은 말씀하셨다.
그때 나는 속으로
'울지 않고 잘 잔다는 게 무슨 말이지? 밥 먹는다고 두 시간마다 깨는데, 이 의미가 아닌가'라고 갸우뚱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두 시간마다 젖 먹느라 깨는 것은 아주 잘 잔다는 뜻이라는 것을.
며칠이 지나고 신생아 시기를 졸업하자마자 아기는 밤에 목청껏 울어대기 시작했다.
기저귀를 갈아도, 젖을 먹여도, 쪽쪽이를 물려도 소용이 없었다.
그제야 친척들이
"아기가 밤에 잠을 잘 자니"라고 물어본 것이 생각났다.
아, 이것을 말씀하신 거였구나.
어쩐지 신생아 시기를 졸업하고 사용했다는 육아템 후기들에는
'라라s베개'
'머미?쿨쿨'
'백색 소음기' 등등
오직 아기의 (울지 않는) 수면을 목표로 하는 것들이 많았다.
이런 육아템은
이불로 아기를 고정시키는데, 아마도 자궁처럼 좁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백색 소음기도 아기가 자궁에 있을 때 듣던 소리라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실제로 내 아기는 어플로 심장 박동 소리를 틀어 놓으면 울음을 그쳤는데(물론 매번 통하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뱃속에 있을 때 듣던 소리여서 그런가 보다. 또한 물소리나 꿀렁꿀렁하는 소리도 좋아했는데, 이 소리들도 뱃속에 있을 때 듣던 내 장기들이 소화시키는 소리랑 비슷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또한 우리 아기는 안은 상태에서 걸을 때 울음이 뚝 그쳤는데, 뱃속에 있을 때도 태아는 걸을 때 잠을 잔다고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
이런 점들을 알고 나니
아기를 어떻게 울음을 그치게 할지 알게 되었고(하지만 여전히 악을 쓰며 울 때도 많다),
아기가 얼마나 자궁 밖의 환경에 낯설어하는지 알게 되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제 나온 지 꽤 되었으니 적응할 때가 되지 않았니?라는 생각도 스멀스멀 올라오긴 한다.)
아가야, 세상에 적응하기 힘들지.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 좀만 더 힘내자.
(그리고 엄마도 좀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