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나은 자기 자신을 작품 속에 감추어 놓은 사상가와 예술가는 자신의 육체와 정신이 서서히 시간 속에서 망가지고 파괴되는 것을 보면, 거의 악의에 찬 기쁨을 느낀다. 그것은 마치 모든 보물을 이미 구해냈고 그의 금고는 비어 있는데 도둑이 그 금고를 열려고 애쓰는 것을 한구석에서 바라볼 때의 기쁨과 같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 2019. p.203)
더 이상 창작할 것이 없는 노년의 예술가나 사상가는, 이미 완성된 작품이라는 보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여긴다. 마치 텅 빈 금고를 도둑이 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끼듯이, 자신의 쇠퇴해 가는 육체와 정신을 바라보며 비슷한 만족감을 느낀다. 니체는 노년을 단순한 쇠퇴의 시기가 아니라, 자신이 이룬 업적을 되돌아보며 만족감을 느끼는 특별한 시기로 해석하고 있다.
나는 현재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보다는, 다가올 노년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특히 퇴직 후의 삶에 대한 걱정이 크고, 1일 1 글 쓰기를 시작했지만 완성된 작품을 빨리 보고 싶은 조급함에 시달린다. 니체의 글처럼 텅 빈 금고를 열어 보물을 찾으려고 안달하는 내 모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