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저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by 이시영

32.

공정성 -정의의 발전은 공정성이며 이것은 공동사회의 평등함을 위반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립한다. 법이 아무것도 규제 하지 않을 경우에도 자신의 앞뒤 쪽을 돌아보고, '네가 나에게 하는 대로 나도 너에게 그렇게 대한다'는 균형을 고려하는 저 섬세한 마음이 전달되는 것이다. 형평성이란 바로 "우리의 평등함에 적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의 작은 차이도 평등함의 모습으로 보이도록 완화해주고, 또 우리에게 강요되지 않은 많은 것들도 살펴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 책세상, 2019. p.250)


나는 살면서 '공정하다' 혹은 '불공정하다'는 말을 빈번하게 사용하지만, 그 진정한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하는 경우는 드물다. 마음속 저울이 기울어져 불안정한 감정에 휩싸일 때마다, 나는 '공정함'이란 대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한다. 완벽한 법과 제도만으로는 진정한 정의를 실현할 수 없으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공정한 마음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우리는 흔히 법과 제도가 모든 것을 규제하고 공정함을 보장한다고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의 테두리 밖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상황들, 혹은 법이 미처 닿지 못하는 인간관계의 미묘한 영역에서는 우리 각자의 '섬세한 마음'이 공정함의 유일한 기준이 된다.

영화 <밀양>을 보고 씁쓸한 마음이 남은 이유는, 법적 처벌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상처와, 그 속에서 섬세한 마음의 부재가 좌절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 가해자가 법적인 심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가족에게는 용서와 치유의 길이 보이지 않는 깊은 고통이 남았다.

사회적으로나 또는 공동체 전체의 평등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공정함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포함하며,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권리와 존엄성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최근 한 기업에서 채용 과정에서 특정 출신 학교 지원자에게만 가산점을 부여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사건을 보며 이 문장을 떠올렸다. 겉으로는 '능력 위주'를 표방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 집단에게만 유리한 불공정한 시스템이었다.

공정함은 단순히 법이나 규칙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마음속에 자리한 보이지 않는 저울과 같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네가 나에게 하는 대로 나도 너에게 대하겠다'는 섬세한 마음, 그리고 사람마다 가진 작은 차이들을 이해하고, 모두가 평등하게 느껴지도록 배려하려는 마음(형평성)이 더해질 때 진정한 공정함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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