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183. 진리의 적들- 신념은 거짓말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391)
우리는 흔히 거짓말을 진실의 가장 큰 적이라고 생각한다. 거짓말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숨기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체는 '신념'이 거짓말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거짓말은 적어도 그것이 '거짓'임을 인지할 가능성이 있지만, 신념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에 그 어떤 의심도 허락하지 않는다. 신념은 스스로를 진리라고 확신하며, 그 확신 속에서 다른 모든 가능성을 배척한다.
나는 살면서 이런 신념의 위험성을 여러 번 목격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특정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교리에 깊이 빠져들었을 때, 그들의 신념은 마치 견고한 성벽처럼 그들을 둘러싸고 외부의 모든 비판이나 반대 의견을 막아낸다. 아무리 객관적인 사실이나 논리적인 증거를 제시해도, 그들은 자신의 신념을 굳건히 지키려 하며 진실을 외면한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신념 자체가 곧 진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은 나에게 깊은 두려움을 안겨준다. 의도적인 거짓말은 드러날 수 있지만, 진리라고 굳게 믿는 신념은 그 어떤 비판도 통하지 않는 견고한 감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념이 위험한 진리의 적이 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우리에게 '확신'이라는 편안함을 주기 때문이다. 진실을 탐구하는 과정은 때로는 고통스럽고 불확실하며, 기존의 믿음을 뒤흔들 수 있다. 복잡한 문제를 깊이 파고들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며,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러한 불편함을 피하고, 쉽고 명확한 '신념'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는 한때 '이것이 옳다'고 굳게 믿었던 신념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다. 나의 신념이 너무나 확고했기에, 다른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 나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나의 확신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나의 발걸음을 묶어두는 족쇄였다. 나의 신념은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나의 시야를 좁히고 성장을 방해하는 그림자가 되었다.
결국, 니체의 아포리즘은 우리에게 '신념'이라는 이름의 함정을 경고한다. 거짓말은 의도적인 속임수이지만, 신념은 스스로 진리라고 착각하며 진실을 외면하게 만든다. 진정한 지혜는 맹목적인 신념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며, 진실을 향해 나아가려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이는 자신의 믿음이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정보와 관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의미한다.
나는 나에게 묻는다. 나의 신념이 혹시 진실을 가리는 장벽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나의 확신이 나를 편안하게 하는 동시에, 진리를 탐구하는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