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진실과 유쾌한 비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484. 뒤바뀐 세상 - 우리에게 불쾌한 명제를 내세우는 사상가는 더 혹독한 비판을 받는다 : 그러나 그의 명제가 우리에게 유쾌할 때 그를 비판하는 편이 한층 더 합리적일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391)


우리는 본능적으로 불편함을 피하려 한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익숙한 생각이나 편안한 현실에 균열을 내는 '불쾌한 명제'는 종종 거센 저항에 부딪힌다. 그 명제가 아무리 논리적이고 사실에 기반한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 사상가에게 오히려 더 혹독한 비판을 가한다. 마치 아픈 곳을 찔러서 화가 나는 것처럼, 우리의 약점이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이에게 우리는 분노와 적대감을 표출하는 것이다.

나는 살면서 이런 경험을 여러 번 목격했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사회적 관습이나 성공의 방식에 대해 누군가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을 때, 많은 이들이 그를 비난하고 외면하는 것을 보았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하며 에너지 소비 방식의 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를 '과도한 주장'이나 '경제 성장을 방해하는 소리'로 치부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무엇을 안다고 함부로 말하는가',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 본다'와 같은 반응들이 대표적이다. 그 비판이 아무리 합리적이고 필요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우리의 편안함을 깨뜨린다는 이유만으로 가차 없이 공격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 체계가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며, 그 두려움은 곧 비판의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니체는 오히려 우리에게 유쾌한 명제를 내세우는 사상가를 비판하는 편이 한층 더 합리적일 것이라고 역설한다. 나는 이 말이 진정한 지혜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듣기 좋은 말,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이야기는 종종 우리의 경계심을 허물고, 비판적인 사고를 마비시킨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와 같은 긍정적이고 유쾌한 명제들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지만, 때로는 그 이면에 숨겨진 현실의 복잡성이나 문제점을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

나는 한동안 '긍정적인 생각만 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린다'는 유쾌한 명제에 깊이 빠져들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그 말이 나에게 큰 위안을 주었고,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깨달았다. 맹목적인 긍정은 때로는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게 만들고, 필요한 노력을 소홀히 하게 만든다는 것을 말이다. 나의 유쾌한 신념은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나의 시야를 좁히고 진정한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그림자가 되었다. 그때 나는 '유쾌한 명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했다. 그것이 아무리 듣기 좋고 편안하다 할지라도, 그 안에 숨겨진 허점이나 비현실적인 부분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합리성이다.

결국, 니체의 아포리즘은 우리에게 진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우리는 불쾌한 진실을 피하려 하고, 유쾌한 거짓에 쉽게 현혹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지혜는 감정적인 반응을 넘어, 명제의 내용과 타당성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데서 온다. 불편한 진실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사실이라면 기꺼이 마꺼이 받아들이고, 아무리 유쾌한 명제라 할지라도 그 안에 허점이 있다면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나는 오늘, 내가 마주하는 수많은 명제들 속에서 어떤 것을 더 혹독하게 비판하고, 어떤 것을 더 합리적으로 비판해야 할지 다시금 생각한다. 나의 감정이 아닌 이성의 눈으로 진실을 바라보고, 불편함을 기꺼이 마주할 용기를 가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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