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by 이시영

13.

두 번 말하는 것-한 가지 일을 곧바로 또다시 표현하여 거기에 오른발과 왼발을 붙여두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다리 하나로 진리는 서 있을 수 있다 : 그러나 진리는 양쪽 다리로 돌아다니게 될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 책세상, 2020. p.231)


우리는 하나의 정보나 주장을 처음 접했을 때 그것을 바로 진실이라고 단정짓는 경향이 있다. 특히 권위 있는 사람이나 매체의 말을 들었을 경우, 별다른 의심 없이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하나의 관점만으로는 대상의 다양한 측면과 깊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진정으로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치 오른발과 왼발을 번갈아 내딛듯, 동일한 사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 역시 어떤 개념이나 이론을 처음 접했을 때, 피상적인 이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책이나 강의를 통해 얻은 단편적인 지식을 전부라고 생각하고 깊이 있는 고민 없이 넘어갔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시 그 내용을 접하거나, 다른 관점의 설명을 듣게 되면서 처음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처음에는 흐릿하게 보였던 그림이 반복적인 관찰과 다양한 조명을 통해 비로소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과 같은 경험이었다.


이 아포리즘에서 ‘오른발과 왼발’을 번갈아 붙여보는 과정이라는 표현이 인상깊다. 평생 병마와 싸우느라 앉아서 글을 쓰는 여유조차 없었던 니체가 걷고 걷고 또 걸으며 이 개념을 떠올린 것 같다.


진리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수많은 겹으로 이루어진 양파와 같아서, 겉껍질을 하나씩 벗겨낼 때마다 새로운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하나의 주장을 곧바로 다시 표현하는 행위는, 처음에는 피상적으로 이해했던 내용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 놓쳤던 부분이나 미흡했던 이해를 보완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주장의 핵심적인 내용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언어로 내면화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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