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497. 의도하지 않는 고결함 –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들에게 항상 베푸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고결한 행동을 하게 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391)
우리는 흔히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결과나 대가를 먼저 생각하곤 한다. '이렇게 하면 나에게 어떤 이득이 있을까?', '저 사람이 나에게 무엇을 해줄까?'와 같은 계산이 우리의 행동을 이끌 때가 많다. 하지만 니체는 이러한 계산을 넘어선 '순수한 베풂음' 속에서 진정한 고결함이 피어난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베풂은은 순수하기에 강력한 힘을 가진다. 그 힘은 타인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고, 그들이 스스로 변화하고 베풀도록 이끄는 선한 영향력이 된다.
나는 이 지점에서 '의도하지 않는 고결함'이 가진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고결함을 의도하고 계산적으로 베푸는 행위는 오히려 그 순수함을 잃게 만든다. '나는 고결한 사람이니까 이렇게 해야 해'라는 생각은 결국 자기 만족이나 타인의 인정을 위한 가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베푸는 행동은 꾸밈없고 진실하기에, 더 큰 감동과 파급력을 가진다. 그것은 마치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되, 언제 꽃이 피어날지 조급해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