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는 영혼의 흉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05. 불쾌감 – 불쾌감은 나중에 그 원인이 제거되는 것만으로 치유되었다고 할 수 없는 일종의 육체적 질병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396)


내가 만나는 '불쾌감'이라는 감정은 원인이 사라졌는데도, 찝찝하고 불편한 기분이 남아 나를 괴롭힌다. 다 나은 상처에서 여전히 가려움이 느껴지는 것처럼, 불쾌감은 그 원인이 제거되었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다.

니체가 불쾌감을 '육체적 질병'에 비유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몸에 상처가 나면 그 원인(예를 들어, 칼에 베이는 것)을 제거하고 치료한다. 하지만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는 남는다. 때로는 그 흉터가 가렵거나 통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거울을 볼 때마다 아팠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불쾌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 불쾌감을 안겨주었던 사건이나 사람은 사라졌을지라도, 그로 인해 생긴 마음의 흉터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과거 어떤 사람과의 오해로 인해 심한 불쾌감을 느꼈던 적이 있다. 시간이 흘러 그 오해는 풀렸지만 나는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혹은 그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마음 한구석에서 고개를 들었다. 왜 이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그때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것은 그 불쾌감이 단순히 외부적인 사건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이 나의 내면에 남긴 '흉터' 때문이었음을 깨닫는다. 그 흉터는 나의 자존감에 대한 상처일 수도 있고, 인간관계에 대한 불신일 수도 있었다.


이것은 감정의 찌꺼기 같다. 불쾌한 경험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남기고, 그 감정들은 마치 끈적한 액체처럼 우리 영혼에 달라붙는다. 시간이 지나면 겉으로는 말라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여전히 끈적임을 유지하며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 잔여물들이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거나,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불쾌감은 단순히 지나가는 감정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혼의 질병'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치유되지 않는 불쾌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니체의 통찰은 단순히 원인을 제거하는 것을 넘어선, 더 깊은 차원의 치유를 요구한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에 남겨진 흉터를 직면하고, 그 흔적들을 보듬어 안는 용기에서 시작될 것이다.


'나는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스스로를 속이기보다, '나는 지금 불쾌감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그 불쾌감이 남긴 내면의 흉터를 탐색해야 한다. 어떤 상처가 남았는지, 어떤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그리고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 불쾌감을 느꼈던 과거의 나를 비난하기보다, 그 아픔을 겪어낸 나 자신을 보듬고 위로하며 새로운 경험과 긍정적인 감정들로 내면을 채워나가야 한다.


불쾌감은 우리 영혼의 수치스러운 그림자일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 삶의 전부를 지배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이 감정의 존재를 인정하되, 그것을 극복하고 진정한 치유를 향해 나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영혼의 평화를 찾고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영혼에 드리워진 불쾌감이라는 흉터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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