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의 그림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06. 진리의 대변자 – 진리를 말하는 것이 위험할 때가 아니라 진리를 말하는 것이 지루할 때 진리는 대변자를 찾기가 가장 힘들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396)


진실을 말하는 것이 위험할 때, 우리는 그 위험 속에서 영웅적인 면모를 발견하려 한다. 목숨을 걸고, 명예를 걸고, 혹은 모든 것을 잃을 각오로 진실을 외치는 이들의 모습은 드라마틱하고 강렬하다. 그들의 용기는 박수받아 마땅하며, 우리는 그들의 행동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고 정의가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진실이 아무런 위험도 없이, 그저 평범하고 지루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을 때, 우리는 얼마나 쉽게 그것을 외면하는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잡하고 오랜 과정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수많은 전문가가 통계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심층적인 분석을 내놓아도, 그 내용은 너무나 지루하고 복잡해서 사람들은 쉽게 흥미를 잃는다. 반면, 자극적이고 단순한 구호나 감정적인 호소는 훨씬 더 큰 파급력을 가진다. 사람들은 '복잡한 진실'을 파고들기보다,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더 열광한다. 진실이 그저 평범한 일상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그것에 귀 기울일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지루할 때, 왜 진리는 대변자를 찾기 힘들까?

우리는 새로운 자극, 즉각적인 보상, 그리고 드라마틱한 전개를 갈망한다. 지루한 진실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깊은 사고를 요구하며, 때로는 불편한 현실을 직면하게 만든다.


나는 한때 '꾸준함'의 중요성을 깨닫기 위해 노력했던 적이 있다. 매일 조금씩 글을 쓰고, 매일 조금씩 운동을 하는 것은 분명 나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지만, 그 과정은 지루하고 반복적이었다. '오늘 하루쯤이야 괜찮겠지',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심이 끊임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때는 그 지루함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적이었다. 진실은 종종 이런 지루함 속에 숨겨져 있다. 꾸준한 노력, 반복적인 연습, 그리고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변화들이 모여 비로소 큰 성과를 이루어낸다는 진실 말이다. 하지만 그 지루한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한 방'에 모든 것을 해결해 줄 마법 같은 방법을 찾아 헤맨다.


우리는 위험한 진실 앞에서 용기를 낼 수 있지만, 지루한 진실 앞에서 인내심을 잃고 외면하곤 한다. 진정한 지혜는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이나 자극적인 요소에 현혹되지 않고, 지루하고 평범해 보이는 진실 속에서 그 가치를 발견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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