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공생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31. 적의 생명 - 적과 싸우는 것으로 살아기는 사람은 적이 살아 있는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다.(『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03)


강력한 경쟁 상대가 있는 스포츠팀은 상대팀을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며 성장한다. 라이벌이 없는 팀은 오히려 정체되거나 나태해지기 쉽다. 기업 간의 경쟁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경쟁 기업이 존재할 때, 기업은 혁신을 멈추지 않고 발전해나간다. 경쟁 기업이 사라지면, 그 기업은 더 이상 혁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결국 도태될 위험에 처한다.

정치 세계도 그렇다. 정치적 반대 세력이 존재하는 한, 각 정당은 서로를 견제하며 더 나은 정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반대 세력이 사라지고 한 정당이 권력을 독점하게 되면, 견제와 비판이 사라져 독선과 부패에 빠지기 쉽다. 니체의 말처럼, 적과 싸우는 것을 통해 존재 이유를 찾는 사람과 집단에게는 적의 생명이 곧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다.


적은 단순히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를 단련시키고,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 이 아포리즘은 우리에게 적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적을 없애는 것에만 몰두하는가? 아니면 적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키고, 더 나은 존재가 되려는가? 적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을 넘어, 적의 존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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