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542. 정신적 해방의 위험들 – 신중하게 생각된 정신적 해방에서, 한 인간은 은밀히 그의 정열과 욕망들도 장점으로 보여지기를 바란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05)
우리는 '정신적 해방'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답답한 사회적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것. 하지만 때로는 이 멋진 명분 아래, 자신의 결점이나 불편한 욕망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아포리즘은 우리 스스로를 속이며 위선적인 삶을 살게 되는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방어 기제를 발동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는 것을 '개인적인 공간을 존중하는 현대인의 미덕'이라고 포장하기도 하고, 충동적인 소비를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삶의 태도'라고 미화하기도 한다. 이 모든 행위의 이면에는, 자신의 욕망을 남들에게 긍정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하는 은밀한 바람이 숨겨져 있다. 이것은 위선적인 삶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욕망과 솔직하게 맞서 싸우는 대신, 그것을 그럴듯한 가치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정신적 해방의 본질은 욕망을 가치로 위장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스스로의 결함과 한계를 투명하게 인식하고, 그 인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