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47. ‘재치에 넘치는 사람들’ - 재치를 구하는 사람은 재치를 가지지 못한다.(『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07)


니체의 이 아포리즘은 '재치'라는 것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뒤집어 놓는다. 우리는 보통 재치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하지만, 니체는 그 노력이 오히려 재치를 가로막는다고 말한다. 재치를 얻으려 애쓰는 순간, 이미 재치가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재치를 구하려는 행동은 본질적으로 모순적이다. 진정한 재치는 꾸며내지 않은 생각과 감정에서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는 계산된 유머나 논리적인 답변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에서 비롯된 즉흥적인 표현이다. 누군가 재치를 부리려 애쓰는 순간, 그 행위는 이미 자연스러움을 잃고 어색한 '흉내'가 되어버린다. 억지로 웃기려 하는 농담이 실패하는 것처럼, 재치를 구하는 행위는 재치 없는 결과를 낳는다.

니체는 재치를 '구하지 않는' 데서 온다고 말한다. 재치는 지적 호기심과 끊임없는 사유로 다져진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꽃과 같다. 세상을 깊이 관찰하고, 다양한 지식을 쌓으며,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키울 때 비로소 재치가 생긴다. 재치를 '가지려' 애쓰는 대신, 재치가 나올 수 있는 '생각의 토양'을 풍부하

우리는 흔히 '행복'이나 '자유' 같은 것을 밖에서 찾으려 한다. 그러나 행복을 추구하는 순간 우리는 불행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자유를 갈망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무언가에 얽매여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재치도 구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삶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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