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성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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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일어나는 것에서의 미신-동시에 일어나는 그 무엇은 서로 관련이 있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친척 한 사람이 멀리서 죽게 되면, 같은 때에 우리는 그의 꿈을 꾼다-따라서 그렇다고 믿는다! 하지만 수많은 친척이 죽는다 해서 그들의 꿈을 다 꾸는 것은 아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책세상,2019. p.253)
우리는 흔히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들 사이에 묘한 연관성을 느끼곤 한다. 친척의 죽음과 꿈, 역사 속의 재난과 사회적 불안 등, 서로 다른 사건들이 동시에 발생할 때, 우리는 그 사이에 인과관계를 쉽게 설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과연 얼마나 정당한 것일까?
사람들이 동시성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인간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일어난 사건들 사이에 인과관계를 설정하면, 세상이 더욱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해진다고 믿는 것이다. 둘째, 인간은 의미를 찾고 싶어하는 본능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한 사건들에도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세상을 더욱 풍요롭고 흥미롭게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동시성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많은 사건들이 매 순간 일어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우연히 동시에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마치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과 뒷면이 번갈아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우연의 일치가 발생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다.
역사 속에서도 동시성의 오해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확산되면서 대규모 학살이 발생한 것은 대표적인 예시이다. 지진이라는 자연재해와 조선인에 대한 혐오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동시에 발생하자, 사람들은 이 두 사건 사이에 인과관계를 설정하고 조선인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이는 명백한 허위 정보에 근거한 비합리적인 판단이었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믿고 따랐던 것이다.
동시성의 오해는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 갈등이나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분석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