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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고 가꾸는 삶의 씨앗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by 이시영

262. 재능-오늘날의 인류처럼 고도로 발달한 인류에서는, 누구나 다 많은 능력을 가질 가능성을 자연에서 얻는다. 누구나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만이 강인함, 인내심, 활력을 타고나며 또 습득한다. 그래서 그는 실제로 재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즉, 있는 그대로의 그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재능을 작품과 행동에서 발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책세상, 2019. p.262)


나는 '재능'이란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 '타고났다'거나 '천재적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니체의 아포리즘은 이러한 생각에 균열을 일으킨다. 진정한 재능은 과연 타고난 능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음악의 역사를 찬란하게 수놓은 베토벤은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그의 삶은 결코 순탄한 길을 걸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가 청력을 잃어가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작곡에 대한 강인한 의지를 불태웠다는 이야기에 깊은 울림을 받는다. 그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그가 마주했을 고뇌와 인고의 시간은 상상조차 어렵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것을 견뎌내며 불멸의 명곡들을 탄생시켰다. 그의 음악은 단순히 타고난 재능의 발현이 아니다. 그것은 절망을 딛고 일어선 강인한 정신력과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빚어낸 위대한 작품이다. 만약 그가 청력 상실이라는 절망 앞에서 좌절하고 포기했다면, 인류는 그의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선율들을 영원히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그'가 되기 위해, 타고난 재능에 끈질긴 노력을 더한 사람이었다.


미술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또한 다방면에 걸친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지만, 그의 위대한 업적은 끊임없는 탐구심과 집요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는 화가로서뿐만 아니라 과학자, 발명가, 해부학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업적을 남겼는데, 이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나는 그가 인체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수많은 해부를 감행했고,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실험하며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노력했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의 작품과 발명품들은 타고난 재능에 끊임없는 자기 연마라는 인내심과 새로운 것에 대한 뜨거운 활력이 더해져 탄생한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걸작들이다. 그 역시 자신이 가진 능력의 씨앗을 꾸준히 가꿔 진정한 재능으로 피워낸 인물이었다.


결국, 재능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능력의 씨앗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그 씨앗을 어떻게 키워낼지는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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