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591. 행복의 식물적 생장 - 인간은 세상의 슬픔 바로 옆에서 그리고 흔히 자신의 화산 지대 위에 행복이라는 작은 정원들을 건설해왔다. 현존에 대한 인식만을 원하는 시선으로 삶을 관찰하거나 또는 굴복하고 체념한 사람의 시선으로 보거나. 극복된 어려움을 기뻐하는 시선으로 보거나 간에 그는 도처에서 모든 행복이 재앙 곁에서 싹텄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그리고 그 땅이 화산 지대였을수록 더 많은 행복이 있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단지 이러한 행복으로 고통 자체가 정당화된다고 말하는 것이 우스울 뿐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19)
우리는 행복을 슬픔이나 고통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삶의 모든 재앙과 불행을 제거하는 것을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믿는다.
니체는 우리의 삶이 본질적으로 '화산 지대'와 같다고 본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과 예측 불가능한 슬픔, 피할 수 없는 고난으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바로 그 위험한 땅 위에 '행복이라는 작은 정원들'을 만들어왔다. 이는 고통을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삶의 비극적인 조건을 인정하고, 그 한가운데서 의식적으로 기쁨을 가꾸어 나가는 능동적인 행위다. 큰 병을 앓고 난 사람이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서 이전에는 몰랐던 소중함을 발견하듯, 우리는 삶의 슬픔을 겪으며 비로소 행복의 가치를 더 깊이 깨닫게 된다.
"그 땅이 화산 지대였을수록 더 많은 행복이 있었다"는 니체의 말은 이 역설을 더욱 강조한다. 시련의 깊이가 깊을수록, 그것을 딛고 피어나는 행복의 강도 또한 강렬해진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히 고통이 지나간 뒤에 오는 안도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고통을 겪어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감사하게 된다. 어려움을 극복하며 얻는 성취감과 내면의 단단함은 평온한 상태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종류의 깊은 행복이다. 행복은 고통의 부재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기쁨을 찾아내고 키워내는 삶의 태도와 능력인 것이다.
하지만 니체는 여기서 중요한 경고를 덧붙인다. 이 행복 때문에 "고통 자체가 정당화된다고 말하는 것이 우습다"는 것이다. 이는 고통을 행복의 도구나 수단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고통은 그 자체로 끔찍한 것이며, 결코 미화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 니체는 '고진감래'처럼 고통을 행복의 필요조건으로 여기는 태도를 비판한다. 행복은 고통의 '대가'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는 삶의 조건 속에서도 끈질기게 자라나는 '식물적 생명력'에 가깝다.
니체는 우리에게 행복에 대한 관점을 바꿀 것을 요구한다. 삶의 화산 지대를 벗어나려 애쓰기보다, 바로 그 자리에서 행복의 정원을 가꾸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다. 슬픔과 고통은 우리 삶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곁에서 우리는 가장 진실하고 강렬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니체의 말처럼, 행복은 슬픔의 그림자 옆에서 가장 선명하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