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593. 교육자로서의 허영심과 명예욕 - 어떤 사람이 아직도 보편적인 인간의 유용성을 위한 도구가 되어 있지 않은 한, 명예욕이 그를 괴롭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목표가 달성되어 그가 필연적으로 기계처럼 모든 사람의 최선을 위하여 일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허영심이 찾아올 것이다. 명예욕이 거친 일(그를 유용하게 만들기 위한)을 완성하고 나면, 허영심이 사소한 일에서 그를 인간적으로 만들고 더 사교적이며 참을성 있게, 더 관대하게 만들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06)
니체에 따르면, 명예욕은 아직 미숙한 사람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되려고 애쓰는 강력한 에너지다. 아직 세상에 쓸모 있는 ‘도구’가 되지 못한 사람은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은 강한 욕망을 느낀다. 이 명예욕은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게 만든다. 그래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보다는 자신의 성공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 단계를 통해 개인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가나 기술자, 즉 ‘유용한 도구’가 되기 위해 모든 힘을 쏟는다. 명예욕은 이처럼 한 사람을 쓸모 있는 존재로 만드는 첫 번째 원동력이다.
그렇게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사회적으로 유용한 사람이 되면, 뜨거웠던 명예욕은 점차 사그라든다. 니체는 그 자리를 ‘허영심’이 채운다고 말한다. 이때 허영심은 단순히 잘난 척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만들어진 도구를 더 아름답게 다듬고 광을 내는 섬세한 작업과 같다. 이제 그 사람은 커다란 성공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를 신경 쓰기 시작한다. 좋은 사람, 세련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 허영심은 사람을 ‘더 인간적으로’ 만든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에 더 친절하게 행동하고,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너그러워지며, 작은 다툼을 피하려고 더 잘 참게 된다. 명예욕이 ‘유용한 사람’이 되는 큰 목표에만 집중했다면, 허영심은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사소한 일’들을 신경 쓰게 함으로써 그 사람을 공동체 안에서 더 원만하고 매력적인 존재로 만든다.
니체는 명예욕과 허영심을 인간이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단계로 보았다. 명예욕이 우리를 사회에 필요한 단단한 도구로 만든다면, 허영심은 그 도구를 부드럽고 빛나게 완성시킨다. 하나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거친 힘이고, 다른 하나는 관계를 위한 부드러운 힘이다. 니체의 생각은 우리가 자신의 욕망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다. 때로는 나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명예욕도, 때로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작은 허영심도 결국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