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597. 정열과 권리 – 그 누구도 영혼 깊숙한 곳에서 자신의 권리를 회의하는 사람보다 더 정열적으로 자신의 권리에 대하여 말하지는 못한다. 그는 정열을 자기 쪽으로 끌어와서 오성과 오성의 회의를 무감각하게 하려고 한다 : 이렇게 그는 거리낌없는 양심을 얻게 되고 그것으로 이웃 사람들에게서도 성공을 거둘 수가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22)
자신의 권리를 열정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을 보면, 그가 자신의 신념에 얼마나 확신에 차 있는지
감탄하곤 한다. 그 격렬한 태도는 주장의 정당성을 의심할 여지없이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이성적인 판단과 감정적인 욕구가 공존한다.
어떤 권리에 대해 ‘이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이성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 그 권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불안해진다. 이때 동원되는 것이 ‘정열’이다. 정열은 이성적인 회의와 논리적인 분석을 압도하는 강력한 감정의 파도와 같다. 마치 시끄러운 음악을 크게 틀어 불편한 소음을 덮어버리듯, 사람은 격렬한 감정을 일으켜 내면에서 들려오는 의심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한다.
토론 중에 논리적으로 궁지에 몰린 사람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감정적으로 변하는 사람의 격한 반응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다기보다, 이성적으로는 더 이상 방어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는 정열이라는 무기를 꺼내 들어 상대방을 압도하고, 동시에 스스로의 의심으로부터 도망치려 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나 열정적이다, 그러므로 나는 옳다’는 자기 최면을 거는 셈이다.
이렇게 내면의 의심을 성공적으로 억누른 사람은 ‘거리낌 없는 양심’을 얻게 된다. 스스로를 성공적으로 속인 뒤에 얻은 이 거짓된 확신은 외부를 향한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의 흔들림 없는 태도와 열정적인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며, 주장의 논리적인 허점보다는 그 압도적인 분위기에 설득되게 만든다. 결국, 내면의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시작된 정열적인 연기는 다른 사람들의 성공적인 인정까지 얻어내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는 것이다.
어떤 권리나 주장에 대해 스스로가 지나치게 감정적이 되고 있음을 느낄 때,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어떤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이토록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