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함께 깊어지는 진리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609. 나이와 진리 - 젊은 사람들은 차이나 거짓에 상관없이 재미있는 것과 이색적인 것을 사랑한다. 좀 더 성숙한 정신은 진리의 재미있고 색다른 것을 사랑하게 된다. 원숙한 두뇌는 마침내 그것이 소박하고 단순한 것처럼 보여서 보통 사람들을 지루하게 만드는 바로 그러한 진리도 사랑한다. 왜나하면 그들은 진리란 그것이 지니는 정신의 가장 높은 상태를 단순한 몸짓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27)


젊음은 자극을 사랑한다.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이야기가 재미있고, 생각이 기발하고, 감정이 강렬하면 충분하다. 세상을 뒤흔드는 음모론, 상식을 파괴하는 예술, 현실 너머의 신비로운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긴다. 젊은 정신에게 진리는 종종 따분하고 평범한 것이다. 그보다는 화려하게 꾸며진 거짓이나 기이한 상상력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것은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가장 왕성한 시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탐험하고 싶은 욕망이 진리의 경계를 가볍게 넘나들게 만드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경험이 쌓이면, 진리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찾아온다. 이제는 무조건 새롭고 자극적인 것만을 좇지 않는다. 대신 '진실'이라는 단단한 땅 위에 피어난 '흥미로운 것'에 눈길을 주기 시작한다. 꾸며낸 이야기보다 더 기이하고 놀라운 것이 현실 세계에 존재함을 깨닫는 단계다. 역사 속 숨겨진 사실, 과학이 밝혀낸 우주의 신비, 인간 심리의 복잡한 이면 등은 웬만한 소설보다 더 큰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 이 시기의 정신은 거짓된 화려함에 쉽게 현혹되지 않는다. 오히려 진실이 품고 있는 다채롭고 역설적인 모습 속에서 더 깊은 재미와 의미를 발견한다. 진리는 더 이상 지루한 것이 아니라, 파고들수록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탐구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마침내 삶의 여정이 원숙함에 이르렀을 때, 진리를 사랑하는 방식은 또 한 번 변화한다. 이제는 진실에 덧붙여진 '재미'나 '기이함'이라는 수식어조차 필요 없게 된다. 소박하고 단순하며, 그래서 보통 사람들에게는 지루하게 보일 수 있는 진리 그 자체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해는 동쪽에서 뜬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모든 생명은 언젠가 죽는다'와 같은 평범한 진리들. 젊은 날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이 단순한 사실들 속에서 깊은 경이로움과 평온함을 느낀다. 니체는 이것이 정신의 가장 높은 경지가 단순한 모습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복잡한 세상의 모든 현상과 감정의 파도를 겪어낸 뒤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궁극의 지혜는, 본래 단순하고 명료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리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은 한 사람이 나이 들고 성숙해가는 여정과 정확히 같다. 젊은 날의 열정적인 방황을 거쳐, 지적인 탐구의 즐거움을 배우고, 마침내 모든 것을 끌어안는 단순함의 지혜에 이르는 길. 이 과정은 어느 한 단계가 더 우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각자의 나이와 삶의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진리의 다른 얼굴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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