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를 넘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618. 철학적으로 의식하고 있음-통상적으로 인간들은 모든 삶의 상태와 사건들에 대해서 하나의 마음의 태도, 한 종류의 견해들을 얻으려고 애쓴다. 이것을 사람들은 주로 철학적으로 의식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식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을 획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의 상태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더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은 그들에게 독자적인 견해들을 가져다준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을 고정되고 불변하는 개인으로 다루지 않음으로써 많은 것들의 삶과 본질에 대해 인식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33)


일관성 있는 사람은 믿을 만하고, 그의 삶은 예측 가능하다. 그는 자신의 삶에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담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하나의 '철학적 의식'을 갖추려 노력하는 이유는 안정감과 효율성 때문이다. 삶의 모든 복잡한 상황을 하나의 단순한 공식이나 기준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정신적인 에너지를 절약하게 해준다. 모든 일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판단하거나, 모든 성공을 '노력'이라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설명하려는 태도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획일화는 곧 시야의 축소를 가져온다. 마치 세상의 모든 풍경을 푸른색 필터로만 보는 것과 같다. 푸른색은 선명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 이외의 다채로운 색깔과 미묘한 차이는 모두 무시된다. 삶의 본질은 하나의 단순한 논리로 포착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다성적이기 때문에 한가지 필터만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니체가 제시하는 대안은 서로 다른 삶의 상태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 '낮은 목소리'는 주류의 목소리가 아닌, 내가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삶의 다양한 측면, 나의 기존 가치관과 충돌하는 미묘한 감정들, 혹은 내가 무시했던 사소한 일상의 순간들을 의미한다.

우리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 들리는 '실패자의 낮은 목소리'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노동 속에서 들리는 '소외된 이들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외부에서 주입된 이론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합하고 비교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발견한 '나만의 철학'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고정되고 불변하는 개인으로 다루지 않아야 삶과 본질에 대해 인식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원래 내성적이야', '나는 이 분야에 소질이 없어'와 같은 고정관념은 우리를 안전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을 차단한다.

내가 '내성적인 나'일 수도 있고, '외향적인 나'일 수도 있음을 인정할 때, 타인의 다양한 행동 양식 또한 하나의 가능성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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