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정신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637. 의견은 정열에서 생겨난다. 정신의 태만은 이 의견들을 신념으로 굳어지게 한다. - 그러나 자유롭고 쉬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정신을 스스로 느끼는 사람은 끊임없는 번화를 통해 의견이 굳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더욱이 그 전체적으로 사고하는 눈덩이라면, 그는 대체로 의견이 아니라 오로지 확실성과 정확하게 측정된 개연성만을 머리 속에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혼합된 존재들이며 불에 의해 금방 타들어가고 정신에 의해 금방 식는 우리들 은, 우리들 위에 존재한다고 우리 스스로 인정하는 유일한 여신인 정의 앞에 무릎을 꿇자. 우리 속에 있는. 불은 흔히 우리를 불공정하게 만들고. 저 여신의 의미에서 불 때는 우리를 불순하게 만든다. 우리는 결코 이러한 상태에서 그 여신의 손을 잡아서는 안 되며 또한 호의를 가진 그 여신의 진지한 미소가 우리에게 주어지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삶의 은폐된 이시스 여신으로서 그 여신을 숭배한다. 불이 우리를 태위 먹어치우려고 할 때. 우리는 부끄러워하면서 그 여신에게 우리의 고통을 속죄와 제물로 바친다. 우리가 완전히 타서 숯이 되지 않도록 우리를 구제하는 것은 곧 정신이다. 정신은 여기저기에서 우리를 정의의 제물제단에서 구해내거나 또는 석면으로 된 천으로 덮어준다. 불에서 구제된 후 우리는 정신에 의해 움직여져서 이 의견에서 저 의견으로 옮겨 다니게 된 다. 그리고 배반될 수 있는 모든 사물에 대한 고귀한 배반자로 당파들을 바꾸어가면서 옮겨 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48)


인간은 열정(불)과 이성(정신)이 섞여 있는 존재다. 어떤 문제에 대해 뜨거운 감정을 느낄 때 의견이 탄생한다. 하지만 이 '불'은 인간들을 편파적으로 만들고 공정함을 잃게 하기 쉽다. 니체는 우리가 숭배해야 할 유일한 대상을 '정의'라고 말하며, 정의의 여신은 불타오르는 정열 상태의 우리와 손잡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정열에 사로잡혀 있을 때 우리는 시야가 좁아지고,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며, 나의 의견만이 절대적인 진리라고 착각하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정신'이다. 정신은 뜨겁게 타오르는 감정을 식혀주고, 우리가 맹목적인 확신에 타버려 숯이 되지 않도록 구해주는 역할을 한다.

자유롭고 살아있는 정신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의견이 딱딱한 화석처럼 굳어지는 것을 경계한다. 그는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의견의 고착화를 막는다. 진정으로 사고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고정불변의 '의견' 대신, 탐구 과정을 통해 얻은 '확실성'과 신중하게 계산된 '개연성'만이 존재할 뿐이다.

니체는 우리에게 "이 의견에서 저 의견으로 옮겨 다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정신에 의해 움직이며 유연하게 사고를 전환하는 것은 줏대 없는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맹목적인 당파성에서 벗어나 정의와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다.

우리는 배반될 수 있는 모든 사물, 즉 낡은 의견이나 편협한 당파성에 대해 기꺼이 '고귀한 배반자'가 되어야 한다. 어제의 내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오늘 더 나은 생각으로 옮겨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니체가 말하는 건강하고 자유로운 정신의 모습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신념을 넘어선 투명한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