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283. 활동적인 사람들의 주요 결점-활동적인 사람들에게는 흔히 더 높은 활동이 결여되어 있다. 그들은 관리, 상인, 학자들로서 즉 유적 존재로서는 활동적이지만 아주 특정한 한 개인, 유일무이한 인간으로서는 활동적이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들은 태만하다: 활동적인 사람들의 불행은 그들의 활동이 거의 언제나 약간은 비이성적이라는 사실에 있다 - 모든 인간은 모든 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여전히 노예와 자유인으로 나뉘어 있다. 왜냐하면 하루의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은 노예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그는 자신이 원하는 그 누구, 즉 정치가, 상인, 관리, 학자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19. p.277)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업무, 쉴 새 없이 울리는 스마트폰 알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타인의 '열심히 사는' 모습들은 우리를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들고, 잠시라도 멈춰 서는 것을 두렵게 한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유능한'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관리자는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상인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밤낮없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학자는 지식 탐구라는 명목 하에 연구실에 틀어박혀 시간을 보낸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 누구보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니체의 눈에는 그들의 활동이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활동인지 의문스럽게 비춰진다. 그는 활동적인 사람들에게 흔히 '더 높은 활동'이 결여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관리, 상인, 학자로서, 즉 유형화된 존재로서는 활동적이지만, 아주 특정한 한 개인, 유일무이한 인간으로서는 활동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의 활동은 종종 외부에서 주어진 목표, 사회적 기대, 혹은 경제적 필요에 의해 규정된다. 조직의 목표 달성, 매출 증대, 논문 발표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갈 뿐, 그 활동이 진정으로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열정인지, 자신의 고유한 가치관과 연결되어 있는지 성찰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마치 잘 조련된 말이 주인의 채찍에 따라 맹목적으로 트랙을 달리는 것처럼, 그들은 주어진 역할 수행에는 능숙하지만, '유일무이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탐구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데는 소홀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들은 태만하다. 외부적인 활동에는 능숙하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을 돌보고 진정한 자아를 실현하는 데는 게으르다는 것이다.
맹목적인 활동은 종종 목적의식을 상실하고, 효율성이라는 껍데기만 남은 채 방향성을 잃기 쉽다. 마치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배처럼, 겉으로는 바쁘게 움직이는 듯하지만 결국 제자리를 맴돌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외부의 압력에 쫓기듯 맹목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성찰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비효율적이고 공허한 활동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활동적인 사람들의 불행은 그들의 활동이 거의 언제나 약간은 비이성적이라는 사실에 있다. 그들은 자신이 왜 바쁜지, 무엇을 위해 이토록 달려가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바쁨' 자체를 미덕으로 여기는 덫에 걸려 있는지도 모른다.
니체가 제시하는 '하루의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은 노예'라는 주장은 충격적이다. 24시간 중 16시간 이상을 타인이나 외부적인 요구에 얽매여 사용하는 사람은, 그가 사회적으로 어떤 지위를 누리든, 스스로의 시간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사용할 자유를 박탈당한 '노예'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높은 연봉을 받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졌더라도,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못하고 외부의 목적에 종속된 삶을 살아간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운 존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모든 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여전히 노예와 자유인으로 나뉘어 있다. 정치인, 상인, 관리, 학자라는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있지만, 정작 그 가면 뒤에 숨겨진 '유일무이한 인간'으로서의 삶은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진정한 자유와 활동의 의미를 되묻게 된다. 진정한 활동은 외부의 요구에 쫓기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때로는 멈춰 서서 사색하고, 때로는 의미 없는 유희를 즐기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시간이야말로, '유일무이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활동일 것이다.
당신은 오늘, 당신의 하루 중 얼마만큼의 시간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느끼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