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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의 자유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by 이시영

286. 활동적인 사람은 어느 정도까지 태만한가 - 나는 다양한 의견이 가능한 모든 것에 대하여 모든 사람이 다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그 개인은 스스로 다른 모든 사물에 대해서 하나의 새로운,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위치를 차지하는 자기만의 그리고 일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의견의 자유는 건강과 마찬가지다. 한 개인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이 다른 한 개인에게는 이미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19. p.279)


우리는 모두 자신이 옳다고 믿는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과연 그 '옳음'이라는 것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걸까? 사회는 종종 특정한 의견이나 가치관을 암묵적으로, 때로는 명시적으로 강요하려 한다. 대중 매체는 획일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이나 성공의 방식을 제시하고, 사회적 분위기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동조를 강요하기도 한다. 이러한 획일적인 압력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의견을 지키고 표현하는 것은 때로는 외롭고 힘든 싸움이 된다.

니체는 신체적인 건강이 각 개인의 고유한 체질과 생활 습관에 따라 다르게 관리되어야 하듯이, 정신적인 건강 역시 획일적인 사고방식이나 강요된 의견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고 말한다. 한 개인에게는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조언이, 다른 개인에게는 깊은 상처를 남기는 비난으로 작용할 수 있듯이, 집단적인 사고방식은 개인의 고유한 정신적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때로는 심각한 정신적인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 각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다. 우리는 각자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의견 또한 각자에게 고유할 수밖에 없다. 건강한 정신은 자유로운 사유와 다양한 의견의 교환을 통해 더욱 풍요로워지고 단단해진다. 획일적인 사고방식은 마치 좁은 틀에 갇힌 새처럼 개인의 정신적인 성장을 가로막고, 창의적인 사고와 혁신적인 발상을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나는 때때로 사회가 '활동적인 사람'을 칭송하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산하고 증명하라고 부추기는 모습을 본다. 하지만 진정한 활동성은 단순히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넘어선다. 그것은 자신의 고유한 의견을 가지고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획일적인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때, 우리는 비로소 건강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성숙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장해나갈 수 있다.

나는 오늘,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과연 나의 고유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남들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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