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를 넘어 존재를 받아들이기
우리는 흔히 삶을 한 편의 영화나 소설처럼 생각하며, 그 안에서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를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그 스토리에 대한 평가를 내리며, 좋고 나쁨, 행복과 불행이라는 잣대로 삶을 분류한다. 마치 삶이라는 거대한 시험지를 채점하듯,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행복한가?', '이것은 좋은 경험인가, 나쁜 경험인가?'
하지만 니체는 이러한 삶의 평가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삶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좋고 나쁨을 나누는 것이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치 칠판에 완벽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화가처럼, 우리는 삶이라는 그림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애쓰지만, 현실은 언제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니체는 대신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제시한다. 마치 칠판에 가득 채워진 다양한 색깔의 점들을 바라보듯, 삶의 모든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사랑과 증오는 모두 삶의 일부이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다양한 감정들을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라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 우리는 이별이라는 사건에 집착하여 슬픔에 잠기거나, 과거를 후회하며 자책할 수 있다. 하지만 니체의 관점에서 보면, 이별은 삶의 한 부분일 뿐이다. 우리는 이별을 통해 성장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우리는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성공했을 때는 기쁨을 느끼고, 실패했을 때는 좌절감을 느낀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는 상대적인 개념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성공에 집착하기보다는, 현재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한 무관심이나 체념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모든 순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수용을 의미한다.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의미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탐구하는 과정 자체가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니체의 철학은 우리에게 삶을 좀 더 가볍고 유연하게 살 수 있도록 가르쳐준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니체의 철학은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