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순간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86. 삶의 시계바늘에 대하여-삶은 최고의 의미를 가지는 드문 개별적인 순간들과 기껏해야 그러한 순간들의 그림자일 뿐인 우리의 주위에 부유하는 셀 수 없이 많은 간격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 봄, 아름다운 모든 선율, 산맥, 달, 바다-모든 것은 마음에 단 한 번만 완전히 말할 뿐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19. p.417)


우리는 흔히 특별하고 강렬한 순간들만을 삶의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하려 애쓴다. 이러한 순간들은 마치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처럼 짧고 강렬하며,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하지만 문득, 이러한 특별한 순간들이 삶의 전체를 구성하는 작은 조각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니체는 삶이 최고의 의미를 가지는 드문 개별적인 순간들과 기껏해야 그러한 순간들의 그림자일 뿐인 우리의 주위에 부유하는 셀 수 없이 많은 간격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말에서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평범한 시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상적인 일에 매달리며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을 하고,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특별한 순간들을 잊고 살아가기도 한다. 마치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과 다음 하이라이트 장면 사이를 채우는, 어쩌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간격'들처럼 말이다. 이 간격들은 때로는 그저 흘러가는 시간처럼 느껴지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듯이 보인다.

나는 종종 이 간격들 속에서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을 느낀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날들은 그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삶의 시계바늘은 그저 째깍거리며 시간을 소비하는 듯하다. 과연 삶의 의미는 오직 그 '최고의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이 셀 수 없이 많은 간격들은 그저 의미 없는 그림자에 불과한 것일까?.

하지만 삶의 의미는 단지 특별한 순간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일상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고요한 시간, 따뜻한 햇살 아래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로운 순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박한 대화. 이러한 소소한 행복들이 모여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이 간격들은 단순히 의미 없는 '그림자'가 아니라, 오히려 특별한 순간들을 더욱 빛나게 하고, 삶의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나는 이 지점에서 삶의 시계바늘이 가리키는 모든 순간들이 각자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려 한다. 강렬한 감동의 순간이 삶의 정점이라면, 평범한 일상은 그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자, 정점에서 내려와 다시 다음 정점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 간격들이 없다면, 특별한 순간들은 그 의미를 잃을지도 모른다. 마치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이 침묵의 간격 속에서 더욱 빛나듯이, 삶의 의미 있는 순간들은 일상의 간격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결국, 삶은 특별한 순간들과 그 사이의 간격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특별한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삶의 모든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 길이다. 삶의 시계바늘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인다. 그 바늘이 가리키는 모든 순간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낼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이라는 거대한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 나의 삶의 시계바늘이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 다시금 바라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간격'들을 무심코 지나치고 있었는지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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