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형이상학자들의 배낭

현실을 직시하라

by 이시영

12.

형이상학자들의 배낭 - 형이상학의 학문성을 매우 거만하게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대꾸해서는 안 된다 ; 우리는 그들이 약간 수줍어하면서 등뒤에 감추고 있는 보따리를 낚아채기만 하면 된다 ; 그것을 들어올려 보이기만 하면, 그들의 학문성의 결과들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공개될 것이다 : 즉 보잘것없는 신과 우아한 불멸성, 아마 약간의 심령술과 가련한 죄인의 비참함과 바리새인과 같은 위선자의 교만함이 아주 복잡하게 얽힌 덩어리들이 말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책세상,2019. p.28)


형이상학자들은 세상의 모든 진리를 꿰뚫어 본 듯한 태도를 취하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근거 없이 추상적인 개념만을 늘어놓는다. 형이상학자들이 내세우는 신, 영혼, 불멸과 같은 개념들은 사실 그들의 깊은 내면에 숨겨진 죄책감, 허영심, 두려움 등과 같은 감정을 반영한 것이다. 마치 멋진 선물 상자를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상자 안에는 쓸모없는 물건들만 가득 차 있다.

니체는 형이상학이 현실 문제 해결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형이상학자들은 현실 세계를 떠나 추상적인 세계에서 진리를 찾으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의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니체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 대한 인식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여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야 하며, 어떠한 신이나 절대적인 가치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종교는 종종 죽음 이후의 천국이나 지옥과 같은 초월적인 세계를 제시하며 현실의 고통을 잊도록 한다. 하지만 니체는 이러한 종교적 믿음이 현실 문제 해결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며, 오히려 현실 도피를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한다.

우리는 추상적인 개념이나 초월적인 존재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개척하고 의미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화면 캡처 2024-11-25 08072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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