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속에 있는 기만-사람들은 자신의 과거에서 오는 많은 것을 망각하기도 하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생각에서 지워버리기도 한다. 즉 사람들은 과거로부터 미소 짓는 우리의 상이 우리를 기만해주고, 망상이 우리를 기분 좋게 해주기를 바란다. - 우리는 끊임없이 이렇게 자기를 기만하고 있다.- 그런데 '사랑 속에 있는 자기 망각'과‘ 다른 인격 속에 있는 나의 자아의 출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칭송하는 너희는 그것이 근본적으로 다른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거울을 깨버리고 존경하는 인격 속에 자신을 창작해 넣어, 자신의 자아의 새로운 상을 즐기는 것과 같다. 비록 사람들은 그 상을 다른 인격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너희 유별난 자들은 이러한 과정 전체가 자기기만도 아니고 이기주의도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 무엇을 자신 앞에서 감추는 사람들과 자신 전체를 자신 앞에서 감추는 사람들은 인식의 보고 속에서 도둑질을 한다는 점에서 똑같다고 생각한다 : 이것으로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명제가 어떤 잘못에 대하여 경고하는 것인지 명백해질 것이다.(『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책세상,2019. p.44)
사랑은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감정 중 하나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는 때때로 예상치 못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바로 ‘자기 기만’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결점을 감추고, 장점을 부각시키려 한다. 마치 화려한 포장지에 감싼 선물처럼,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이는 마치 연극 무대 위의 배우가 자신이 아닌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과 같다. 사랑이라는 무대 위에서 우리는 모두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며, 그 과정에서 진실된 자아를 숨기고 가면을 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존경하는 인물이나 이상적인 이미지를 자신에게 투영하며, 그들의 가치관이나 행동 방식을 따르려고 한다. 이는 마치 거울에 비친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자신을 꾸미는 것과 같다.
니체는 이러한 현상을 ‘인식의 도둑질’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진정한 자아 대신, 타인의 것을 빌려와 자신을 포장한다. 마치 도둑이 남의 물건을 훔치듯,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인격을 훔쳐 자신을 꾸미는 것이다. 이는 진정한 자기 성찰을 가로막고, 우리를 획일적인 존재로 만들 수 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고대 그리스의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명언을 인용하며,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단순히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 자신을 속이는 모든 가면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자아를 찾으라는 것이다.
자기 성찰은 고통스러운 과정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이 믿고 있던 것들이 허상이었음을 깨닫고, 혼란과 실망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은 성장통과 같다. 마치 번데기가 고치를 깨고 나와 아름다운 나비가 되듯, 우리도 자기 성찰을 통해 더욱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사랑은 아름다운 감정이지만, 동시에 우리를 속일 수 있는 위험한 감정이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자신을 포장하고,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의 모습을 흉내 내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우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