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이야기_ 태풍의 눈엔 공기가 없다
비가 온다.
너무 많이 온다.
이 비는 멈추지 않을 비다.
곧 홍수가 난다.
시커먼 물은 세상 모든 것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며 쓸어간다.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얼굴을 후려갈기는 비를 맞으며
눈앞에 펼쳐진 그 장관을 목도하고 있다.
숨이 막혀온다.
이곳엔 더 이상 공기가 없다.
누군가 내게 우산을 씌워준다.
그리곤 나에게 그 우산을 가지라 손짓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저으며
그것은 나에게 필요 없다는 신호를 보낸다.
손에 물건이 들리는 것이 귀찮아서도 아니요.
이미 홀딱 젖어 소용없음도 아니며
이 세상에 종말이 와서도 아니다.
그냥 비를 맞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맙지만 받진 않을게’
최대한 상냥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