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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Jul 13. 2022

놈/nom

#열한 번째 이야기_ 태풍의 눈엔 공기가 없다


비가 온다

너무 많이 온다.

이 비는 멈추지 않을 비다.



곧 홍수가 난다.

시커먼 물은 세상 모든 것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며 쓸어간다.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얼굴을 후려갈기는 비를 맞으며 

눈앞에 펼쳐진 그 장관을 목도하고 있다.

숨이 막혀온다

이곳엔 더 이상 공기가 없다. 



누군가 내게 우산을 씌워준다

그리곤 나에게 그 우산을 가지라 손짓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저으며 

그것은 나에게 필요 없다는 신호를 보낸다.

 

손에 물건이 들리는 것이 귀찮아서도 아니요.

이미 홀딱 젖어 소용없음도 아니며

이 세상에 종말이 와서도 아니다.

그냥 비를 맞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맙지만 받진 않을게

최대한 상냥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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