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이야기_ 흔적을 남기고 싶은가?
우리는 뒤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한다.
이 세계에서 내가 곧 사라지더라도
몇 사람만은 나를 기억해 주기 바라면서
흔적을 남기려고 애쓴다.
흔적은 고통의 증명서다.
고통 없이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길 수 없다.
고통을 이겨내지 못함은
나약하고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져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만다.
온몸의 뼈들이 부서지고
생살이 찢기는 고통을 참아내자
새로운 삶이 탄생한다.
‘보라! 이 생명을!
이것이 나의 흔적이다!’
이렇듯 세상은 본능적으로 고통의 순환을 이어간다.
흔적 남기기에 동참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다만 무언가를 남기지 못한다고
죄인이 되는 것은 아니니
반드시 증명해야 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