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그림책의 세계

#5 생쥐에게 배우는 ‘주는 마음’

by 하니맘
하나만 달라는 친구들과
가벼워지는 생쥐의 바구니...
바구니 속 밤이 하나씩 줄어들수록
마음이 초조해졌다.
‘이거 괜찮은 걸까?’


하니는 책을 좋아하는 아기다. 틈만 나면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앉은자리에서 열 권정도는 ‘뚝딱’한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그림책의 사랑스러운 외양 속에서 뜻밖의 서스펜스를 느낄 때가 많다.


〈하나만 줄래?〉도 그랬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밤을 열심히 줍는 생쥐다. 이야기가 시작할 때 생쥐의 바구니는 밤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강아지, 돼지, 말, 개구리, 소가 차례로 등장해 묻는다. “하나만 줄래?” 처음엔 나도 ‘그래, 친구랑 나눠 먹을 수 있지’ 했다. 그런데 바구니 속 밤이 하나씩 줄어들수록 마음이 초조해졌다. ‘이거 괜찮은 걸까?’ 하지만 생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지막 밤 하나까지 친구에게 준다. 그림책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 ‘이제 생쥐에게는 밤이 하나도 없었어요.’ ’아니, 그니까 하나쯤은 남겨놨어야지!‘그림책을 읽던 마음 좁은 어른은 괜히 속상해진다.


그런데 바로 반전이 일어난다. 밤을 나눠 받았던 친구들이 “생쥐야, 함께 먹자”며 각자가 좋아하는 음식을 가져온다. 돼지는 사과, 소는 무, 강아지는 뼈다귀... 나는 하니에게 말했다. “봐봐, 생쥐는 밤을 나눠주고 친구를 얻었네.” 하지만 마음 한편은 여전히 찜찜했다. ‘이거 너무 자기 걸 안 챙기는 거 아니야? 생쥐는 결국 밤을 하나도 못 먹었잖아.’ 내 마음은 갈팡질팡했다.


그때 문득 예전에 읽었던 애덤 그랜트의 『기버(Give and Take)』가 떠올랐다. 책에서는 인간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받기보다 주는 사람 ‘기버(Giver)’, 주기보다 받는 사람 ‘테이커(Taker)’, 그리고 주고받음의 균형을 맞추려는 ‘매처(Matcher)’. 설명만 보면 테이커가 가장 성공할 것 같지만, 의외로 가장 성공적인 사람은 기버라고 했다. 이유는 그들이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어 협력의 문화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가장 실패하는 사람도 기버이다. 아무 조건 없이 주기만 하면 자신을 잃기 쉽기 때문이란다. 성공한 기버와 실패한 기버의 차이는 ‘선택적 베풂’이다. 성공한 기버는 기본적으로 모두에게 친절하되, 테이커에게는 매처처럼 대응할 줄 안다.


그림책으로 돌아가 보면, 생쥐는 기버이고 동물 친구들은 매처인 셈이다. 생쥐는 베풀었고, 친구들은 생쥐의 호의에 화답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동물 친구들이 가까워지고, 서로의 음식을 나눠 먹으며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그랜트가 말한 ‘호혜적 고리’ 일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내 몫은 챙겨야 하지 않나?’ 했던 내 생각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기버』를 읽으며 ‘현명하게 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했건만, 나는 여전히 ‘주면 받아야 하는 사람’에 머물러 있었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하니의 아빠, 나의 남편은 ‘주는 사람’에 가까운 사람이다. 모임이 생기면 귀찮은 예약과 주차 정보를 가장 먼저 알아보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정보를 발견하면 부지런히 전한다. 연애 시절, 고등학교 동창인 남편과 함께 모교를 함께 산책하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샀는데, 일부러 거스름돈을 챙기지 않은 적도 있다. “애들이 발견하면 좋아할 거 아냐.” 되돌려 받을 생각조차 없는 그 순수한 호의에, 남편의 등 뒤로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남편과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알게 되었다. 내가 오랜 시간 외롭다 느낀 건 내가 ‘주면 받아야 하는 사람’이었던 탓도 크다는 걸. 손해 보기 싫고 상처받기 싫은 마음으로 누군가와 가까워지기 어려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나는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주는 사람’인 남편과 10년을 연애하고 7년을 함께 살았음에도, 여전히 그 길은 쉽지 않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나 자신에게 말한다. ‘야박하게 굴지 말자. 내가 조금 손해 보자.’ 그 덕분에 내 삶의 온도가 조금은 따듯해졌다고 느낀다.


하니를 낳고 난 후, 나는 드디어 하니에게만은 속수무책의 ‘주는 사람’이 된 듯하다. 하지만 나의 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로 확장할 수 있을진 여전히 미지수다.


하니야, 너는 엄마와 아빠 중 누구를 닮았을까. 세상을 믿고 먼저 손을 내미는 그 마음만은 아빠를 닮아주면 좋겠다. 엄마는 너를 키우는 마음으로 ‘주는 사람’의 마음을 더 닮아가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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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