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비가 내려서 어둑어둑해진 길모퉁이에 떡볶이 가게가 보인다.
아이가 좋아할 모습을 떠올리며 떡볶이랑 순대를 포장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조금 환해진 느낌이다.
아이는 "엄마~ 나 머리가 좀 아파요~" 하더니 떡볶이도 몇 점 먹지 않고 방에 가서 눕는다.
잠든 아이의 얼굴은 고요하다. 이젠 엄마보다 커버렸지만, 아직도 아기 때 모습이 겹쳐 보여서 사랑스럽기만 하다.
잠든 모습을 들여다보다가 며칠 전 아이와의 설전이 다시 떠올라 조금 씁쓸해 진다. 점점 커가는 아이를 나는 언제까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지난 주말, 작은 아이와 함께 성교육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강의 중에 요즘 아이들이 쓰는 성적인 은어와 그 뜻에 대해 소개해주셨는데, 작은아이가 "엄마, 형아가 자주 보는 유튜브에서 저 말을 쓰는 거 내가 들었어요." 한다. 큰애가 그 뜻을 알고 보는 것인지 궁금해져서 집에 오자마자 아이에게 물어봤다. 평소 감정 표현이 서툰 데다 요즘 들어 부쩍 더 말이 없어진 아이는 내 질문에 버럭 화를 내면서 말했다.
"엄마, 그거 그런 뜻 아니에요! 과격한 ‘남성 혐오자 단체’에서 만들어낸 말이라구요!"
"맙소사~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의 은어를 남성을 혐오하는 여성들이 만들었다구? 너 그렇게 말하는 근거가 뭐니?"
"그 유튜버가 그랬어요~ 원래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사춘기가 되면서 과도하게 유튜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걱정이긴 했지만 아무런 근거 없이 유튜버 한 사람의 말만으로 어떤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지는 상상도 못 했던 터라, 나는 너무 화가 났다.
아무런 거름망 없이 객관적이지 못한 생각들을 그대로 흡수하고 있을 수많은 어린아이들을 떠올리며 기가 막혔고, 그런 미디어와 매체들을 만들어 내고 규제 없이 아이들에게 접근시키고 있는 어른들에게 치가 떨렸다.
그러나 나는 그 화를 내 아이에게 퍼부었다. 어떻게 그렇게 아무런 판단이나 의심 없이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 있냐며...
아이는 이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사회 속에서 친구들과 여러 매체를 통해 커나갈 텐데, 몸과 마음이 바르게 커가려면 쉬운 일이 아니겠구나, 생각하니 또 막막해진다.
다음날 울먹이며 "어제 버릇없게 말해 죄송해요, 그치만 엄마가 나한테 함부로 말씀하실 때는 저도 속상했어요." 말하는 아이를 나도 꼭 안아주었다.
"미안해, 엄마도 너무 화가 나서 그랬어. 너도 나도 이제 좀 더 신중하자."
사람이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부모 자식 간에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때로는 소리 내어 다투고, 때로는 침묵 속에 온 몸의 감각을 총동원하며, 사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