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둘째를 키우는 자세

엄마라서

by 봄날

큰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던 무렵부터 알고 지냈던 엄마들과 오랜만에 모이기로 한 날. h엄마와 먼저 만나서 약속 장소로 함께 걸었다. 워낙 알고 지낸 지 오래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가족들 소식을 묻는다.

- 그 집 둘째는 요즘 어때요? 올해 중학교 2학년이죠? 그 무섭다는 중2병이 왔어요?

- 하하, 아직 애기예요. 막둥이라 그런지 중학생 같지가 않네요.

- 그래요? 아직도 사춘기가 안 왔다니 다행인 건가?

- 잘 모르겠어요. 핸드폰 사용시간이 예전보다 급격히 늘어나기는 했는데, 그것도 사춘기의 증상이라고 봐야 하나요?


하하호호, 묻고 대답하다 보니 의아하긴 하다. 큰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던 무렵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와 부딪히곤 했었는데. 둘째와는 이상하게 갈등이 별로 없다.

- 음, 그러고 보니 제가 제어를 별로 안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핸드폰이나 게임 많이 한다고 잔소리를 하긴 하지만, 큰 애 때만큼 자주 화내고 못하게 하고 그러지 않으니까, 아이가 반항할 일이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진짜? 둘째는 그렇게 다른 거예요?

h엄마는 아이가 하나라 그런지 이해가 잘 안 되는 눈치다.

- 네. 아무래도 첫째 때 한번 겪어봐서 조금 체념하는 부분도 있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아이들이 아직 많이 어렸을 때도 이상하게 첫째를 혼낼 일이 훨씬 많았다. “너는 형이잖아.”를 방패 삼아 아이 마음에 상처를 주었던 무수한 날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리다. 아가를 업고 있는 엄마 옆에서 투정 부리지 않고 혼자 씩씩하게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던 어떤 날에는, 까진 무릎도 아팠을 텐데 조심성이 없다며 혼이 나기까지 했다. 잘 웃고, 잘 양보하는 착한 ‘형아’였는데, 둘째가 울면 또 야단을 맞았다. 잘 데리고 놀아야지 왜 동생을 울리냐고.


초등학교에서 단원평가를 보면 큰 아이는 꼭 한 두 개를 틀려서 오곤 했다. 그래 봐야 90점대였는데 늘 혼이 났다. 문제를 풀 때는 최대한 집중해서 주의 깊게 풀어야 한다고 한참 동안 설교를 하곤 했다. 그런데 둘째가 같은 학년이 되었을 때는 60점대의 점수를 받아와도 그저 웃음이 났다. “으이그, 똥강아지, 이렇게 많이 틀려오면 어떡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꿀밤 한 대 먹이고 그만이었다.


돌이켜보면 난 어쩜 이렇게 첫째와 둘째 아이를 대하는 자세가 다른 것인지. 주변의 아이 키우는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의 엄마들이 나와 비슷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인 것인지.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J를 떠올리면 늘 눈앞이 흐려지곤 하면서도 습관처럼 고쳐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내게 엄마라는 무거운 책임을 처음 부여한 첫아이이기 때문일까? 처음이기 때문에 기대감의 크기 또한 너무 큰 까닭일까?


예전에 복지관에서 만난 상담사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복지관에 가족상담을 신청하는 부모들 중 대부분은 중학생 자녀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때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고분고분 잘 따라와 주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부모의 바람만큼 따라가기 힘든 현실을 만난다고, 부모가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이들을 닦달하니까 갈등을 피할 수가 없지 않냐고, 시간이 좀 더 지나 고등학생이 되면 부모가 기대치를 어느 정도 내려놓게 되니까 아이들이 반항할 일도 줄어드는 거라고, 결국 ‘사춘기’는 아이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부모의 욕심, 기대로 인한 것이라고, 하시던 그 얘기가 너무 납득이 되는 오늘. 큰 아이가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고 난 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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