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개구리 공돌이 Apr 04. 2023

ST#113 병아리

추억

아침에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려 계란프라이를

하다가 문득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실과 수업이 있었다.

그 과정들 속에 병아리 감별법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때는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파는

분들이 많았다.


학교를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병아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8마리를 샀다.

사실 어릴 적 집은 너른 마당이 있는 집이어서

병아리를 키울 환경은 되었다.


집에 돌아와 방 한편에 아이들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전구 하나를 가져다가 따듯하게 해 주었다.


일주일이 흐르자 병아리들은 제법 털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고 또 일주일이 지나자 제법 닭처럼 크기 시작해 더 이상 방안에서는 키우기 힘들게

되었다. 부랴 부랴 아버지가 닭장을 마당 한편에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차차 흐르자 조그마한 병아리는

어느새 닭이 되었다.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이 닭이 한 마리씩 없어지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물었다.

삐약이 어디 갔어?

엄마가 말한다.

음. 고양이가 물어갔나 보다.


그렇게 8마리나 되던 닭들은 차츰차츰 없어지기

시작했다. 닭이 한 마리씩 없어질 때 나에게 오는

상실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두어마리 정도 남았을 때

그날 저녁에 삼계탕이 올라왔다.

뭔가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그때 형이 나를 놀리며 말했다.


이게 그 닭이야.


한동안 나는 엄마랑 말을 안 했다.

나에게 온 상실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내가 애지중지 키웠던 아이들을 먹었다는 배신감에 나는 용서가 안 되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가끔 이런 때가 생긴다.

문득 기억 너머에 있던 추억들이 올라올 때가 있다.


지금 생각해 봐도 형은 용서가 안된다.


작가의 이전글 ST#112 꽃놀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